[2025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의 힘, 우리가 키운다] 〈3〉 로봇 농부 늘어나는 K농업
AI 기반으로 한 카메라-센서 장착… 딸기 꽃가루 옮기고 병충해도 판단
자율주행 방제로봇, 알아서 농약 쳐… 농약 노출 없이 작업시간 절반으로
“2027년 전체 30% 스마트농업 목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로봇이 과수원 구석구석 농약을 뿌려 줍니다.”
경남 함양군에서 약 1만9800㎡(약 6000평) 규모의 사과 과수원을 운영 중인 이찬 씨(38)는 8일 오전 자율주행 방제 로봇에 농약을 주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연간 15회 농약을 치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회당 방제 시간이 평균 8시간에서 4시간으로 뚝 줄었다. 올해 초부터 본격 도입한 ‘자율주행 방제 로봇’ 덕분이다.
국내 농업에 ‘로봇 농부’가 늘고 있다.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농업 로봇은 주로 방제·운반·수확에 쓰인다. 특히 방제와 운반 로봇은 상용화 단계를 거쳐 농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향후 AI 농업 로봇이 농촌 지역 내 고령화·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고정밀 GPS로 불규칙한 경로도 자율주행
8일 경남 함양군의 한 사과 농가에서 자율주행 방제 로봇이 설정된 경로를 따라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농업 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 시설을 통해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양=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스피드 스프레이어(Speed Sprayer)의 일종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방제 로봇 ‘SB-1000SSA’는 국내 농기계 기업 ‘성보기계’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개발했다. 고정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RTK GPS)을 이용해 사용자가 경로를 설정하면 로봇이 길을 따라 알아서 양옆에 있는 사과나무에 농약을 살포하는 방식이다. 90도 각도는 물론이고 원형 모양으로도 경로를 설정할 수 있어 구불구불한 길이 많고 불규칙적 형태로 이뤄진 국내 농가에도 안성맞춤이다. 지반 환경이 바뀌어 로봇이 경로를 이탈해도 기준점을 기준으로 1m 이내에 있다면 스스로 길을 찾아올 수 있다.
이 씨는 전체 과수원의 3분의 2 규모인 1만3000㎡(약 4000평)를 이미 방제 로봇에 맡기고 있다. 약 1000L 용량의 농약이나 영양제를 투입하고 ‘자율주행 시작’ 버튼을 누르면 로봇은 경로를 따라 ‘S자형’ 커브를 그리며 과수원을 누비기 시작했다. 전날 내린 비로 사과나무 주변 지반이 상당히 물러졌지만 로봇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목표였던 1967㎡ 부지 방제를 약 30분 만에 끝마치고 원래 위치인 물탱크 옆으로 유유히 돌아갔다. 로봇은 경로를 크게 이탈하거나 농작물 설비와 부딪히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그 즉시 작동을 멈춰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이 씨는 자율주행 로봇의 최대 장점으로 ‘안전’을 꼽았다. 이전까지는 얼굴 전체를 감싸는 방제 마스크를 착용해도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이 씨는 “농약과 직접 맞닿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 과채류 수확 등 세심한 작업도 로봇 농부가 ‘척척’
7일 경기 화성시 수직형 딸기 농장에서 ‘메타파머스’ 이규화 대표가 인공지능(AI) 기반 수확 로봇으로 재배한 딸기를 들고 있다. 화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로봇을 활용해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경기 화성시 한 지식산업센터 지하 2층에는 스마트 농작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메타파머스(대표 이규화·30)의 수직농장이 있다. 본보가 7일 방문한 약 112㎡ 규모의 수직농장에는 열을 지어 서 있는 선반마다 층층이 딸기가 심겨 있었다. 실험용으로 재배하는 1800포기의 딸기 줄기에서 매달 약 200kg의 딸기가 생산된다.
메타파머스가 개발한 AI 기반 다기능 농업 로봇인 ‘옴니 파머’는 이곳 선반 사이를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확보한 정보를 이용해 딸기의 숙성도를 판단하고, 잘 익은 딸기를 따는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로봇은 사람의 손 역할을 하는 그리퍼를 이용해 수확과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受粉) 작업을 할 수 있다. 딸기의 생육 상태와 병충해 여부 등을 살펴보는 예찰 작업도 해낸다. 이 같은 작업은 모두 AI 기반의 인식 시스템과 작업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민간 기업의 로봇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농기계업체 대동그룹의 AI 로봇 전문기업 대동로보틱스는 내년 중 음성인식·제어 기술을 적용한 신형 운반로봇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대동로보틱스 여준구 대표는 “향후에는 방제, 제초, 수확 등 다양한 농업 현장에 필요한 AI 기반의 로봇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까지 농업 생산의 30%를 이처럼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시설을 통해 진행하고, 스마트팜 산업을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까지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개발한 농업 기술 중 민간에 보급된 비율을 의미하는 실용화율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농진청의 기술 이전 계약 건수는 1084건으로, 실용화율은 46.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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