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작가들과 역대 최대 합의
AI 무단 학습 관행에 제동 걸려
오픈AI 등 다른 소송에도 영향
앤스로픽(Anthropic)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AP 뉴시스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작가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AI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합의 중 가장 큰 규모다.
6일 블룸버그와 CNBC 등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책 약 50만 권에 대해 한 권당 3000달러와 이자를 지급하고 불법 복제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담긴 데이터를 파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8월 앤드리아 바츠, 찰스 그래버, 커크 월리스 존슨 등 세 명의 작가는 자신들의 작품과 수십만 권의 다른 작품의 불법 복제본이 앤스로픽의 AI 챗봇 ‘클로드’를 훈련하는 데 사용됐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앤스로픽은 많은 AI 기업들이 주장하듯 ‘공정한 이용(fair use)’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공정한 이용이란 미국 저작권법상 원칙으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올해 6월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 법원도 앤스로픽이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도서를 사용한 것은 공정한 이용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목적 이상으로 700만 권 이상의 불법 복제 도서를 저장한 것은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배상금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재판은 올해 12월 예정돼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앤스로픽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파산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전했다. 앤스로픽은 법원 제출 자료에서 “사업을 끝내야 할 수도 있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합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며 “최대 1조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오픈AI, 메타, 미드저니 등 AI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수십 건의 저작권 소송 중 첫 번째 소송이다. 매쿨 스미스 로펌의 채드 허멜 변호사는 “이 사건은 업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으며, 동의 없는 접근에 대한 기업 관행의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AI 학습에 데이터를 무단 사용할 경우 소송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최근 들어서는 빅테크들이 언론사 및 콘텐츠 기업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 지불에 나서는 추세다. 올해 5월 미 뉴욕타임스(NYT)는 자사 콘텐츠를 AI 기업에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첫 계약을 아마존과 체결했다. 뉴스코퍼레이션, 악셀 슈프링어 등 여러 미디어 그룹들은 오픈AI와, 로이터는 지난해 메타와 콘텐츠 사용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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