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총리실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 사퇴 의향을 굳혔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후 안팎으로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3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등 전직 총리 3명과의 면담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들었다고 아하시신문 등이 24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가 전직 총리와 집권 자민당 중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퇴 여론을 돌파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아소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민의(民意)가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아소 전 총리는 20일 참의원 선거 후 가장 먼저 이시바 총리의 사퇴를 주장한 인물로 꼽힌다.
이에 이시바 총리가 “선거 분석 및 패배 원인 검토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비치자, 한 참석자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사퇴 용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총리의 집권 직후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 올 6월 도쿄 도의회 선거, 참의원 선거까지 주요 3개 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패했고, 1955년 자민당 창당 후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모두 ‘여소야대’ 상황을 맞은 만큼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시바 총리는 현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 외에 다른 정당과도 협력을 확대해 총리직을 지키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협력 대상으로 거론한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유신당, 참정당 등 주요 야당 또한 이시바 정권과 협조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 여파로 이시바 총리가 추진 중인 예산안 통과에서도 야당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시바 총리는 당초 31일로 예정됐던 자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28일로 앞당겼다. 이날 이시바 총리가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여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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