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가운데, 발사체가 건물을 강타하고 있다. 이란은 13일 밤과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2025.06.14.[텔아비브=AP/뉴시스]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에 선제공격을 한 뒤 양국이 본토 공습을 주고받는 가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세르히 다닐로우 우크라이나중동연구소 부소장은 이같이 말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동 내 군사력 증강을 위해 무기 등을 재배치하는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해 휴전 협상을 강조하는 분위기 역시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美 방공미사일, 이스라엘로 재배치
현재 우크라이나 안팎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계기로 중동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추가 지원은 물론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속해 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마저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동에서 전쟁 발발 위험이 커지자 당초 우크라이나에 주기로 했던 방공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던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무인기(드론) 격추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기로 했던 방공미사일 2만 기가 이스라엘을 위해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 본토 방어에 있어 엄청난 타격”이라며 “이것(중동)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하루에 드론 300~400대를 날려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제니 매더스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중동으로 향하며 러시아에 대한 휴전과 평화 협정 압박도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포로 및 전사자 시신 교환에 합의했으나 양측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고 교환 작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 유가 상승은 러시아에 ‘선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러시아에 호재로 여겨진다. 에너지 부문은 러시아 정부 재정 수입의 35~40%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쟁 자금줄인 것.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빨간불이 켜질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비중동산 원유 가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13%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장중 상승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전 거래일 대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0%, 브렌트유는 7.3% 오르면서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겼다. 특히 14일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타격하는 등 에너지 시설을 겨눈 것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세계 석유 이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현재 배럴당 60달러에서 25% 낮춘 45달러로 대폭 낮추자고 G7 회원국에 공개 제안했다. 상한제는 2022년 말 처음 도입됐으나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과 일본이 이 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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