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트럭에 담긴 물을 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2 등은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남수단, 리비아, 우간다, 소말릴란드 등 5개국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칸유니스=AP 뉴시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남수단, 리비아, 우간다, 미승인국 소말릴란드 등 아시아 및 아프리카 5개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채널12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올 2월 워싱턴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가자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 리비에라처럼 개발할 뜻을 밝혔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슬람권과 국제사회는 ‘주민 의사에 반하는 강제 이주는 인종청소’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채널12는 이날 이스라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5개국 중 인도네시아와 소말릴란드가 특히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이며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가자지구 부상자 2000명을 우리 나라로 데려와 치료해 주겠다”고 밝혔다. 올 4월에도 약 1000명의 가자 난민을 1차로 임시 수용할 뜻을 밝혔다.
1991년 아프리카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미승인국 소말릴란드도 가자 주민 수용에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정식 국가 인정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앞서 12일 AP통신 또한 이스라엘이 남수단과 가자 주민의 정착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남수단 측은 부인했지만 이스라엘이 여러 국가와 다양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속속 확인되는 분위기다. 샤렌 하스켈 이스라엘 외교차관 또한 조만간 남수단을 방문해 살바 키르 대통령 등을 만나기로 했다. 이 때도 가자 주민의 이주 계획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i24’방송 인터뷰에서 “가자 주민을 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안전한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전쟁 발발 후 다른 나라로 이주한 3개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가자 주민의 타국 이주 또한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정권과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가자지구가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됐기에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5개국 중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오랜 내전과 분쟁 등으로 ‘정상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남수단은 독립 후 발발한 내전으로 가자지구 못지 않은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기독교, 흑인이 대다수인 남수단 남부와 무슬림, 아랍계 등이 주류인 남수단 북부의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무슬림인 가자 주민이 대거 유입되면 종교 갈등이 더 격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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