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군의 공습 현장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09.01. 가자지구=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직접 관리하는 신탁통치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달 31일 이른바 ‘그레이트 트러스트(GREAT Trust)’ 계획이 담긴 38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가자 재구성, 경제 가속화 및 변환 트러스트(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로 명명된 이 계획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 후 행정권을 미국-이스라엘 양자협정에 따라 그레이트 트러스트에 이양하게 된다. 해당 문건은 신탁통치가 ‘개혁되고 탈급진화된 팔레스타인 정치체’가 준비될 때까지 지속되며, 이 기간이 약 10년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획의 핵심은 가자지구 주민 약 200만 명을 재건 기간 동안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거나 가자 내부의 제한구역으로 일시 이전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지역을 관광지 및 첨단 기술 산업 허브로 전면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주를 선택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현금 5000달러와 4년간의 임대료 보조금, 1년치 식량이 제공된다. 토지 소유자들은 재개발 권리에 해당하는 디지털 토큰을 받게 되며, 이는 해외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향후 건설될 6∼8개 AI 기반 스마트시티 중 한 곳의 아파트 분양권으로 교환 가능하다. 트러스트 측 추산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떠나는 주민이 많을수록 임시 수용시설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1인당 2만3000달러에 해당한다.
또 해당 문건은 가자지구 안팎에는 대규모 임시 캠프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후원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주도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등 무장단체의 지원물자 가로채기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유엔 주도 지원체계보다 GHF를 선호하고 있다. GHF는 기존 유엔 기관들을 배제하고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배급을 담당해왔다. 자금조달 방식도 특이하다. 전기자동차 공장, 데이터센터, 해변 리조트, 고층 아파트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공공-민간 합동투자를 통해 총 1000억 달러를 조달하고, 10년 후 약 4배로 증가한 투자수익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문건은 기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수익 창출 구조를 강조하며, 이것이 기존 가자지구 지원방식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해 중동의 리비에라로 재건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과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집단 강제이주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를 위험 전투 지역으로 선포하며 본격적인 군사작전 준비에 착수했다. 가자시티 완전 장악을 위한 대규모 공세를 앞두고 주변 지역에서 정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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