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4500명 철수… 괌 등에 이전배치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4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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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 국방 관계자 인용해 보도
美당국 “사실 아냐 병력배치 늘 평가”

23일 경기 평택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 육군의 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이 이륙하고 있다.
평택=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3일 경기 평택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 육군의 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이 이륙하고 있다. 평택=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여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 2만8500명 중 16%를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복수의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서 수천 명의 미군 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 방안은 고위 당국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동아일보의 질의에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X에 “우리는 늘 병력 배치를 평가한다(evaluate force posture)”고 덧붙여 주한미군 철수 논의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했지만 행정부 내부와 의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재편과 맞물려 주한미군 재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美, 中견제-대북협상 다목적 포석… 차기 정부 ‘對美 3중고’ 위기
[주한미군 감축론 재부상]
WSJ “주한미군 4500명 이전 검토”
트럼프 후보때 “주한미군 재조정”… 北억제→中견제로 역할 확장 예고
김정은에 협상 카드로 제시 가능성… 우크라戰 향배따라 결정 이뤄질듯
6·3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4500명 주한미군 철수 검토설이 나오면서 차기 한국 정부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이어 주한미군 이슈까지 ‘대미(對美) 삼중고’를 겪을 위기에 놓였다. 미 국방부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하루 만에 ‘주한미군 감축(reduce)’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여전히 주둔 현황을 평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가운데 주한미군 재조정이 ‘트럼프 청구서’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견제 군사 전략, 대북 협상용 다목적 카드

숀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 겸 선임 보좌관은 23일 “미국은 한국 방위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차기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주둔 미군 전력 태세(force posture)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여러 차례 언급해온 만큼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properly)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대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군사 전략 재편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집중 논의돼 왔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펴낸 ‘잠정 국가방어 전략지침’에는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고 북한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혹은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안이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재개 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한미 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전쟁 게임)’이라고 규정하며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는 워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관세, 방위비에 주한미군까지 3중고 가능성

WSJ는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명확해질 때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할지 명확해져야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안팎에선 미 측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포함해 북한 정책, 중국 정책,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면서 일종의 구상과 아이디어로 제안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감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스톱 쇼핑’으로 일괄 패키지 협상 가능성을 공언한 만큼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관세 협상은 물론이고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와 주한미군 감축 이슈까지 3가지 현안이 동시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관세 부과율이 서로의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한미군#이전배치#미국#병력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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