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LA 해병대 투입”에 맞선 美민주 차기주자 뉴섬 “권력남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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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싸움 된 이민자 단속 항의 시위
시카고 등 美 25개 도시로 시위 확산… 트럼프 “주방위군 2000명 추가 배치”
뉴섬 “침략도 반란도 아냐” 訴 제기
LA한인회 “폭동 트라우마 이용말라”… 한인 사진 게시 트럼프 주니어 비판

LA 시위 격화… 트럼프, 해병대도 투입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타애나에서 무장 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하루 전 주방위군을 투입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병대까지 추가로 투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샌타애나=AP 뉴시스
LA 시위 격화… 트럼프, 해병대도 투입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타애나에서 무장 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하루 전 주방위군을 투입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병대까지 추가로 투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강조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샌타애나=AP 뉴시스
“그들(시위대)이 침을 뱉으면 우리는 때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해병대 군인 700여 명을 추가로 배치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또 앞서 투입을 결정한 주방위군 2000명 외에 추가로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지사 동의 없이 LA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배치 명령을 내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자 단속 항의 시위가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 간 ‘정쟁’으로도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는 LA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다른 주요 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 계속되는 시위, 커지는 군대 동원 논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6일 시작된 LA 시위는 이날도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NYT는 “지난 며칠보다 경찰과의 충돌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위 자체는 미 전역 25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LA로 출동 준비하는 美 해병대 9일 미 해병대 제1해병사단 소속 군인 약 700명이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작전에 반발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로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주방위군 2000명을 LA에 투입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이날 주방위군 2000명 증원을 추가로 지시했다. 사진 출처 미국 북부 사령부 X
LA로 출동 준비하는 美 해병대 9일 미 해병대 제1해병사단 소속 군인 약 700명이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작전에 반발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로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주방위군 2000명을 LA에 투입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이날 주방위군 2000명 증원을 추가로 지시했다. 사진 출처 미국 북부 사령부 X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LA에 파견된 주방위군 300명(당시 투입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총 2000명)에 이어 해병대 700여 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9·11테러 같은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국내에 군대가 배치된 적은 있지만 시위를 이유로 국내에 군대를 투입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미 해병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여러 전쟁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영웅”이라며 “독재 대통령의 망상적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국민과 맞서 미국 땅에 파병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주방위군 2000명이 추가 배치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며 “이는 노골적인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방위군은 외국의 침략이나 정부에 대한 반란 위협을 받을 때만 소집할 수 있다”며 “명확히 말한다. 침략도 없고 반란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폭동에 대응해 주방위군을 파견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vs 뉴섬, 정치 싸움으로 번져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의 갈등이 이민 정책을 둘러싼 견해차를 넘어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의제인 이민 문제에서 차세대 민주당 지도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자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대거 투입해 시위대를 자극하고, 충돌을 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섬 주지사 역시 이번 사태를 최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기회, 나아가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입지를 굳힐 기회로 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양측의 갈등에 대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려 왔던 싸움이며 민주당 강세 주에서 자신의 핵심 정치 의제를 둘러싼 주요 정치적 경쟁자와의 결전”이라고 짚었다. 주지사를 ‘패싱’해 위헌 소지가 있는 군대 투입을 결정한 것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LA타임스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논쟁적인 정책에 도전할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며 뉴섬 주지사가 이민 단속 방해로 체포될 경우 “민주당의 순교자” 이미지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LA 한인회, 트럼프 주니어에 비판 성명

미국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이 있는 LA 지역 한인들은 1992년 LA 폭동 때처럼 시위가 격해질까 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LA 폭동 당시 총기를 들고 옥상에서 건물을 지킨 한국인 자경단의 사진을 게시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LA 한인회는 트럼프 주니어의 사진 게시에 대해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서는 “15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트럼프 주니어의 행동은 살얼음판과 같은 지금 시기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강 LA 한인회 이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인 사회가 타깃이 되거나 총기를 들고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LA 총영사관은 “교포들의 직접 피해는 아직 없다”면서도 만일에 대비해 10일 온라인 긴급 동포단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한인 사업자의 경우 라틴계 직원들이 단속 불안과 시위로 인해 출근을 못 하고 있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불법 이민자 단속#시위#군대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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