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해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시위가 11일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경찰과 주 방위군의 철통 경비와 기마 경찰까지 활용한 시위대 해산에 집결 자체가 저지된 결과다. 하지만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 방위군까지 대동해 거침없는 불법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이면서 지역 사회에는 극도의 공포가 퍼지고 있다. 이에 로스앤젤레스 외 다른 도시들에서 크고 작은 이민자 단속 반발 시위가 확산하고 있어 다시 갈등이 재점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시위 엿새째였던 이날도 로스앤젤레스에는 이틀째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 금지령이 발효됐다. NYT는 “통금이 발효되기 직전 수백 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있었지만 기마 경찰들이 시위대로 돌진해 강제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전날 이 같은 해산 명령에 불응해 체포된 인원은 22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시위로 인한 충돌이 줄어든 대신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미 전역에서는 ICE 요원들의 급습과 불법 이민자 체포로 인한 갈등이 이어졌다. NYT는 “ICE라는 표식이 없는 차를 탄 마스크를 쓴 무장한 남자들이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한 교회에서 라틴계 남성을 끌고 갔다”며 “요원들은 목사를 비롯한 이를 말리는 이들에게 소총을 겨눴다”고 보도했다.
또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육류 가공 공장에서 노동자 수십 명이 ICE에 잡혀가는 등 전국 곳곳에서 갈등 사례가 전해졌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투입된 주 방위군들이 ICE 요원들을 엄호하며 체포 작전에 함께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공포감이 극대화 됐다. AP통신은 “지금까지 약 500명의 주 방위군이 ICE 단속 작전에 동행하도록 훈련 받았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 단속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날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시애틀에서는 최소 1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고, 뉴욕, 샌 안토니오, 세인트루이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등 여러 지역에서 수 백 명이 거리를 행진했다. 워싱턴주 일부 지역은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로스앤젤레스 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법 집행관들이 위협을 받을 경우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좌파들의 폭동’이 ICE 단속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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