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오커스’ 핵잠수함 동맹 재검토”…호주-英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2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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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미국의 보석 같은 자원(핵동력 잠수함)을 나눠주는 것을 우려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2021년 9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영국, 호주와 체결한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미국의 조선업 역량 약화로 자체적으로 필요한 핵잠수함조차 제때 건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주에 판매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동맹 정책을 관장하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사진)이 오커스에 특히 부정적이어서 재검토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미국의 오커스 재검토 방침은 15~17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핵잠수함 판매를 원치 않으며 호주가 국방비를 늘려 안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동맹국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중심적 접근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美 오커스 재검토에 호주 좌불안석

이날 F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6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오커스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를 지향한 바이든 전 대통령은 호주가 핵잠수함을 보유한 상태로 중국을 견제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 호주에 2030년부터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척당 가격이 최소 43억 달러(약 5조8050억 원)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오커스 같은 ‘집단 방어’의 개념 또한 중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올 2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커스를 거론하자 “그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했다.

콜비 차관도 수 차례 오커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올 3월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핵잠수함은 (호주가 아니라) 대만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의 한 행사에서는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하는 것이 미국 해군을 ‘더 약한 위치’에 놓이도록 할 수 있다”며 미국의 보석 같은 자원을 나눠주지 말자고 주장했다.

핵잠수함 구입을 위해 이미 8억 호주달러(약 7068억 원)를 미국에 지불했고 올해 중 20억 호주달러(약 1조7671억 원)를 납부하려던 호주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오커스 관계자는 FT에 “호주는 물론이고 영국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헤그세스도 호주에 “방위비 증액” 압박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최근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인 호주의 방위비를 3.5%로 높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올여름 발표할 예정인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을 언급하며 “인도태평양의 ‘추격하는 위협’(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미국의 부담을 분담하고 미 본토 방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설득하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호주가 팔레스타인에 적대적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에게 자국 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린 것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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