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열병식, 親트럼프 기업의 광고판 됐다…31개 후원사 대놓고 홍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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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열병식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2025.06.15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열병식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2025.06.15 워싱턴=AP 뉴시스
“이번 행사는 코인베이스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4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미 육군의 시대별 변천사에 따라 6.25 전쟁을 소개하던 사회자가 갑자기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후원 사실을 장내에 공지한 것. 장병들을 큰 박수로 맞던 시민들 사이에서 느닷없는 후원사 언급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열병식에선 사회자가 여러 차례 후원사를 언급하고, 행사장 곳곳에 후원사 로고와 상품이 노출되는 등 열병식이 지나치게 상업성을 띄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팔란티어, 아마존, 오라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의 기업들이 후원사로 나서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기업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친트럼프 기업 광고판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라클, 록히드마틴, UFC, 코인베이스, 팔란티어, 아마존, 골드만삭스, 크라이슬러, 지프, 코카콜라, 월마트, T모바일,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등 31개의 기업이 이날 열병식의 후원사로 나섰다. 이 중 일부는 제품이나 상표가 행사 도중 등장했다. 코인베이스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 등은 사회자가 행사 도중 “이번 행사를 후원한 기업”이라며 콕 집어 언급했다.

열병식 부대 행사에서 제품을 홍보한 기업도 있었다. 백악관 앞 내셔널몰 공원 일대에서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공원 곳곳에 홍보 부스를 차리고 경기 후원 음료 업체의 신제품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UFC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각 기업의 구체적인 후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윤리 변호사로 활동한 리처드 W 페인터는 “정부 행사가 친트럼프 성향 기업의 광고판처럼 활용됐다”며 “연방 규정에 따라 공직자와 측근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사용하는 건 금지”라고 NYT에 말했다.

윤리 문제에 대한 지적에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은 안나 켈리 대변인 명의로 “육군 250년의 역사와 조국을 위해 싸우고 죽은 국민을 기리는 역사적인 행사를 모욕하기 위한 억측”이라는 성명을 냈다.

● 후원사들, 정부계약·규제 완화 혜택

일각에선 후원사로 참여한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의 멘토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지지를 이끈 피터 틸이 창업한 팔란티어가 대표적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4개월 만에 팔란티어는 연방정부 계약을 통해 1억1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추가로 국방부와 7억9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팔란티어는 정보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각종 AI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오라클 역시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5000억 달러를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는 오라클과 오픈AI,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프로젝트다. 틱톡 인수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래리가 인수하면 좋겠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미등록 증권거래소 및 중개업자로 운영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으나, 트럼프 2기 집권 직후인 올 2월 SEC가 소송을 취하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가상화폐 투자자이고, 올 3월 가상화폐 비축 제도 도입을 규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12일에는 미 켄터키주 내슈빌에서 코인베이스가 개최한 포럼에 영상 연설을 보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며 “간단하고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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