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정권교체 왜 없겠나” 부통령-국방은 “원하지 않는다”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3일 15시 40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미국의 이번 이란 공습에 대해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한 것일 뿐 정권 교체와는 무관하다”고 발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출처=백악관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권 교체(regime change)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않지만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냐”고 썼다. 이어 자신의 정치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미국’을 ‘이란’으로 바꿔 ‘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 덧붙였다.

반면 헤그세스 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번 임무(이란 공습)는 정권 교체와 관련된 게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밴스 부통령 또한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2일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공격 성과에 대한 과시에 집중한 반면, 케인 의장은 신중한 태도로 공습 작전의 보안성을 강조했다.워싱턴=AP 뉴시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고조되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이란의 정권 교체’라는 아이디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앞서 정권 교체를 수 차례 거론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란의 정권 교체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오로지 미국의 국가 안보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자 트럼프’로 불릴 만큼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조리 테일러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X에 “미국이 외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에서 전쟁을 벌이지 말고 미국의 이익과 문제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썼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 공습에 대한 명분을 미국 국민들에게 설명하는데 대해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의 반격을 억제시키고 이번 공습을 비판하는 강경 보수 지지층인 MAGA 세력의 반발도 달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정권 교체론이 더 많은 분열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했다.
#트럼프#이란#정권 교체#JD 밴스#피트 헤그세스#MAGA#MIGA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