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율 4배 올린 트럼프, 지지율은 반년만에 11%p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1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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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재집권 반년을 맞았다. 하지만 취임 초 53%였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반년 만에 11%포인트 하락한 42%로 떨어졌다. 관세, 반(反)이민 등 그의 주요 정책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미 정계를 달구고 있는 ‘엡스타인 정치 스캔들’을 무조건 덮으려 하자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으로 올해 초 2%였던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8.8%로 급등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 또한 1973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는 하루 1건꼴인 170개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최근 미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FT는 진단했다. 의회나 야당 민주당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각종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응답자 89% “엡스타인 파일 공개해야”

CBS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0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재집권 직후인 올 2월 5~7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3%였다. 이번 조사는 16~18일 성인 2343명이 참여했고 표본오차는 ±2.5%포인트다.

다른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15~16일 실시한 조사,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각각 41%, 40%였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엡스타인 스캔들’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BS-유고브 조사에선 응답자의 89%가 “법무부가 해당 의혹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75%는 “이 사안을 다루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식이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엡스타인 스캔들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돼 2019년 교도소에서 수감 중 사망한 월가 부호 제프리 엡스타인이 작성한 ‘성접대 고객 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재집권 후에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 이런 그의 태도에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인플레이션(64%), 관세(60%), 이민(56%)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서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답이 찬성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61%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정책에 지나치게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민 정책에 반대한다는 여론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CBS는 분석했다.

● 트럼프 “내 지지율 95%” 자찬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재집권 반년을 자찬했다. 그는 “역대 어떤 대통령 임기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고 (나는) 많은 위대한 일을 해냈다”며 “1년 전만 해도 미국은 거의 부활할 희망이 없었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고 썼다. 그는 “급진 좌파 민주당과 분란꾼들에 의해 엡스타인 스캔들이 폭로됐지만, 공화당과 ‘마가’ 내에서 내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며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내 지지율이) 90%, 92%, 93%, 95%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CBS-유고브 조사에서 지지 정당별로 대통령 지지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공화당원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89%였지만, 민주당원은 11%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과 무관하게 각종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당분간 여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정책 기조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관세정책#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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