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개보수 현장 공동방문
‘예정 없던 건물 공사’ 지적에 파월 “5년 전 완공한 건물”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연준 건물 공사현장을 공동 방문하며 생중계된 자리에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공사 예산에 없던 건물 공사가 포함됐다고 지적하자 파월 의장은 해당 건물이 5년 전에 완공됐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파월 의장과 동행해 비용이 예산을 초과했다며 관리 부실 논란에 빠진 연준 건물 개보수 현장을 방문했다. 흰색의 공사현장용 안전헬멧을 쓴 두 사람은 건물을 둘러보는 동안 언론 앞에서 짧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색한 대화를 나누면서 공사비용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는 예산이 25억 달러로 책정됐는데 31억 달러로 초과됐다고 언급하는 동안 파월 의장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트럼프는 파월에게 공사비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또 다른 건물이 공사에 포함됐다고 꾸짖었지만 파월은 해당 건물은 5년 전 완공됐다고 반박했다.
건설 프로젝트의 관리자가 예산을 초과한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퉁명스럽게 “해고하겠다”고 답하며 파월의 팔을 두드렸고 파월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짧은 방문을 마무리하며 트럼프는 공사 현장에서 관리 부실을 확인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매우 호화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보안, 안전 공사의 필요성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비용 초과분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만큼은 아니라고 시사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는 비용 초과를 파월 의장 해임의 근거로 삼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아주 간단한 한 가지를 원하는 데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임했던 지난해 연준이 3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올들어 단 한 번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며 파월 해임을 계속해서 위협해왔다. 파월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경제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첫 임기에 지명한 파월을 “바보”이자 “루저”라고 부르며 경제를 발목 잡았다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연준 방문은 트럼프가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 속에서 국면 전환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팸 본디 법무장관이 올봄 트럼프에게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매매하고 유명 인사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정식 재판 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따라 증거가 공개되지 못했고 고객 명단을 담은 엡스타인 파일의 존재를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돼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음모론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