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에 마련된 엔비디아 부스에 제품이 전시돼있다. 엔비디아는 공급망박람회에 이번에 처음 참가했다. 2025.07.16 . 베이징=뉴시스
최근 대(對)중 수출 재개가 승인된 미국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칩(H20)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고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31일 밝혔다. 중국 당국이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중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직후 엔비디아의 보안성을 문제 삼아 압박에 나선 것.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응해 자국산 반도체로 대체하려는 흐름과도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CAC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H20 칩에 존재할 수 있는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 등 보안 취약성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할 것을 엔비디아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와 예약 면담(웨탄·約談)을 했다고 표현했다. 웨탄은 형식상 면담 형태일 뿐 실제로는 ‘공개 경고’나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CAC는 또 “앞서 미국 의회가 미국에서 수출되는 첨단 칩에 ‘추적 및 위치 지정’ 기능을 탑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연산 칩이 이미 추적 위치 확인이나 원격 차단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실제 H20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견됐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올 4월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15일 중국을 직접 방문해 H20의 중국 판매 승인 소식을 알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H20 수출 재개를 미중 2차 고위급 무역협상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 재개 발표 이후 H20 물량 확보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칩 30만 개를 새로 주문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향후 정부 규제로 H20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해 구입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자국 내 주요 테크 기업들에게 비공식적으로 국산 AI칩 구매를 늘리도록 권고하며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은 2023년 5월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위험이 확인됐다며 주요 인프라 운영자들에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시켰다. 지난해 11월 중국 사이버보안협회(CSAC)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CAC의 조사를 청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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