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네번째)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테이블 우측 가운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구 부총리 우측)·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좌측) 등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이 7월 30일 백악관에서 한·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타이블 좌측 오른쪽 두번째)이 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어떤 나라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어떤 나라를 면제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백악관에서 수 시간 동안 회의를 한 끝에야 최종 관세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관계가 안 좋은 인도, 스위스, 캐나다 같은 우방들이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중국 견제 등을 위한 미국의 핵심 우방이지만 1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보다 훨씬 높은 25%의 관세가 확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가 올 5월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시 중재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게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인도와의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휴전을 중재했다”고 밝혔지만 인도 측은 “외부 개입은 없었다”며 미국 역할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중재 공로를 인정하고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파키스탄과 대조적이다. 파키스탄의 관세율은 올 4월 29%에서 최근 19%로 인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루스소셜에 “인도와 러시아가 함께 자기들의 ‘죽은 경제’를 망가뜨리건 말건 알 바 아니다”라며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는 것에도 불만을 표했다. 인도가 러시아와 교역을 지속한다면 추가 페널티가 부과될 수도 경고했다.
반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더 많은 미국산 상품과 에너지를 구입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2일 연설에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모두 ‘스와데시(국산품 애용 운동)’를 맹세하라”며 “인도 국민의 기술로 만들고, 인도 국민의 땀으로 만들어진 것만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는 미국과 무역협상을 이어가겠다면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방침 등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와 캐나다 등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그는 지난달 31일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 통화 뒤 스위스에 올 4월 예고됐던 31%보다 높은 39%의 관세를 부과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 400억 달러(약 55조2000억 원)인 미국의 대(對)스위스 상품수지 적자에 큰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켈러주터 대통령이 적자 해소와 관련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크게 화를 낸 후 고율 관세를 매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대미 흑자 축소 방안에 소극적인 캐나다에 대한 불만도 크다. 그는 1일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포함되지 않는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5%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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