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싸움에서 속속 ‘합의’를 이루면서 이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학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입학생들의 인종 정보, 성적 등을 연방정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적 외에 인종, 경제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해온 대학들의 관행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연방정부에 인종 정보를 포함해 모든 지원자의 표준화된 시험 점수, 학점 평균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진보 사상에 젖어 고등학교 성적과 대입 관련 시험 점수 등이 아닌 인종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학생들을 뽑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백인 학생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또 대학들이 과도한 반(反) 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성소수자를 우대한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좋은 미국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미국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너무 높다”며 하버드대를 특정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같은 대학가의 ‘워크(woke·깨어 있다는 의미로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주요 대학들에 연방정부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재정난을 우려하는 아이비리그대학들 가운데 가장 먼저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가 학생들의 선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다.
NYT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 경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비(非)백인 학생이 많은 고등학교 출신 선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낮은 학생을 뽑는 방식 등도 재검토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흑인, 라틴계 등의 입학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교육계에서는 성적에 기반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통상적으로 아시아계가 유리해지고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이 불리해지질 것으로 본다. 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비백인계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으로 판결한 후 진행된 2024년 입시에서 이미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NYT에 따르면 2024년 컬럼비아대의 신입생 선발에서 아시아계는 한 해 전보다 9%늘었고 흑인은 8% 줄었다. 같은 해 브라운대 신입생 역시 아시아계와 백인이 늘었고 히스패닉계와 흑인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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