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우리가 큰 기지(fort)를 가진 (한국)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서 빌려 쓰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에 달라는 것으로, 이는 한미 간 민감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가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한미)는 군사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들(한국)은 ‘우리가 땅을 줬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나는 ‘아니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땅을 ‘임대’했지 준 게 아니다‘라고 답한다”며 “주는 것과 임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알다시피, 우리는 그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다”며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요권을 한국에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물론 한국이 (기지 건설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나는 임대 방식을 없애고 우리가 대규모 군사 기지를 보유한 그 땅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의 방위 부담 쟁점을 ‘토지 소유권’ 문제까지 확장 시킨 것으로, 우리 정부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요구일 수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요구가 향후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리라고 압박할 때 쓰기 위한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의 수를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고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건, 우리는 오랜 친구였고 지금도 친구라는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국에 4만 명이 넘는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또 앞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내기로 동의했지만, 이후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수십억 달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규모를 4만 명 이상이라고 언급했지만, 현재 주둔 병력은 2만8500명이다. 그는 앞서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규모를 각각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부풀려 한국에 국방예산 증액 등을 압박해 왔다. 지난달에는 집권 1기 때를 거론하며 “나는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520억 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 역시 ‘팩트’와는 거리가 있다. 2019년 당시 트럼프 정부는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약 6조8840억 원)의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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