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25.06.05 [서울=뉴시스]
“미국 유학생은 이제 군 휴학도 못하게 되려나요?”
미 국토안보부가 27일 유학생과 연구자, 언론인 등에 각각 발급해 온 F, J, I 비자의 유효 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자 국내 유학원과 유학 관련 커뮤니티는 비자 정책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비자 관리를 강화해 목적에 맞지 않은 체류자를 걸러내겠다는 취지지만, 학생 비자 체류 기한이 4년으로 제한된다는 발표 내용은 우리네 유학 실정과 맞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 유학생 학부모는 “유학생들은 전공을 바꾸고, 현지 취업 등을 알아보다 보니 4년만에 졸업은 빠듯하다”라며 “아들과 비슷하게 유학온 학생 중 4년만에 졸업하는 경우는 10명 중에 1, 2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뀌는 규정상으로도 4년 안에 학업이나 프로그램을 끝내지 못할 경우에도,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연장도 최대 4년으로 제한될 뿐 아니라 비자 갱신 절차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유학 등을 계획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유학 준비생은 “국내에서 공부해도 4년만에 졸업은 쉽지 않은데, 불확실성을 안고 해외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 유학생, 연구자 체류 비자 4년 제한…비자 만료 후 여유기간도 단축
미국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유학생(F 비자)과 교환 방문자(J 비자)의 비자 유효 기간을 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기간으로 한정하되 4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F 비자 소지자가 비자 유효 기간이 지난 뒤 신분을 유지하거나 출국할 수 있는 여유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4년 뒤에는 H-1B 비자와 같은 취업 비자를 신청하거나, F 비자 연장 요청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국토안보부는 28일 규정안을 관보에 공식 게시하고 30일간 의견을 수렴해, 의견 수렴을 마친 뒤 최종 규정과 시행일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책은 기존 비자 소지자와 가족엔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기존엔 이들 비자 소지자는 유효 기간 없이 비자 발급 조건을 충족하는 동안에는 계속 미국 체류가 가능했다. 예컨대 F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유학생은 국토안보부가 승인한 교육기관에서 계속 공부하는 한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다. 또 J 비자 소지자는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I 비자를 소지한 언론인은 미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는 동안 계속 체류가 가능했다. 이는 동반 비자를 받은 가족들에게도 적용돼 왔다.
하지만 미 국토안보부는 “유학생들이 미국에 남기 위해 고등 교육기관에 계속 등록하는 방식으로 ‘영원한 학생’이 됐다”며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F-1 비자로 입국해 아직도 유효한 F-1 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2100명”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F 비자 유학생은 약 160만 명으로, 1981년의 26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교환학생 비자는 35만5000명, 언론인 비자는 1만3000명에게 발급됐는데 이 역시 1980년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 미국도 손해…34억 달러 GDP 증발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 때인 2020년에도 같은 내용의 비자 제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교육계가 격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해당 정책은 시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기 때보다 한층 강경한 이민 제한 정책이 추진되는 데다 정권 초기인 만큼 실현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합법적인 이민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의 일환”이라며 “유학생, 교환학생, 외신 기자들에게 새로운 장벽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액시오스는 “(비자 제한 정책으로) 미국은 34억 달러(약 4조700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 2만6800개의 일자리, 18억 달러의 노동 소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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