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농담 더 자주하며 모든 권력 집중시키는 트럼프

  • 뉴시스(신문)

코멘트

“우리가 독재자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나는 아니지만”
1기 때 자제했던 일들 밀어붙이며 대통령 권한 한계 시험
집무실 금빛 치장하고 열병식 거행…말리는 참모도 없어

[워싱턴=AP/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
2기 집권 7개월째에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갈수록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 동안 취임 “첫날”에만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트럼프가 권위주의에 대한 농담을 점점 더 자주 늘어놓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워싱턴의 범죄 단속 정책을 자화자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아마 우리는 독재자를 좋아하는지도 몰라.’ 난 독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연방 권력을 과시하면서 이전 대통령들을 제약했던 규범들을 깨트려왔다. 그런 그의 “독재자” 발언은 미국이 건국으로 타파했던 (권위주의) 체제를 떠보는 위험한 장난이었다.

◆반대 불구 LA와 워싱턴에 군대 파견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1기 때와 달리 정부의 세부 사안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고 전한다. 직접 기관장의 해임과 채용을 지시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트럼프는 주요 대학, 로펌, 기술 및 미디어 기업들을 위협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지방 선출직 당국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해병대를 로스앤젤레스에 파견했고 워싱턴 경찰을 장악해 수천 명의 군인과 연방 요원을 거리에 배치했다.

자신을 불쾌하게 만든 월간 고용 보고서를 만든 경제 당국자를 해임했고, 여러 기관의 경력 공무원 해임을 명령했으며, 나아가 국립초상화미술관 등 직접 운영하지 않는 기관의 당국자들까지 해임하려 했다.

트럼프의 이런 조치에 반대한 참모는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환호를 받았다.

트럼프가 머뭇거린 사안은 관세 문제가 거의 유일하다. 금융시장의 반응을 우려해 관세 부과를 여러 번 철회했다.

미 라이스대 대통령 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클리 교수는 트럼프가 “모든 미국 기관들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모든 사람의 목을 움켜쥐고 ‘내가 책임자’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대통령직의 외형이 군주적으로 비쳐지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육군 열병식 마음에 안 든다”…해군 더 성대하게 준비

1기 때 측근들이 만류해 포기했던 군사 퍼레이드를 지난 6월 육군 창설 250주년을 계기로 강행했다. 행사 뒤 퍼레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보좌관들에게 말하자 미 해군이 올 가을 더 큰 행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트럼프는 집무실을 걸프 왕정국가 궁전 같은 금빛 장식으로 꾸몄고 백악관 잔디밭에 새 깃대를 세웠다.

트럼프 시대는 대통령에 연방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지난 25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당국자들이 1기 시절의 트럼프가 2기 들어 극적으로 달라졌다며 놀라움을 표시한다.

1기 때 월간 고용 보고서를 작성했던 윌리엄 비치는 트럼프가 참모들과 자주 대화하면서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들이 트럼프를 제어했고 이민자들 추방을 막았다. 게리 콘 경제 고문은 관세에 반대했고 도널드 맥갠 법률고문은 법무부 수사 개입을 경고했으며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1기 때와 달리 충언하는 참모 전무

이에 비해 2기의 트럼프 참모들은 트럼프를 바꾸려 들지 않고 트럼프의 말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1기 때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침없이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취임한 트럼프는 1기 때 참모들과 갈등한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은 즐겁다고 말한다. 집무실 문을 열어둔 채 음악을 크게 틀며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

1기 때도 트럼프는 케네디센터, Fed,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법무부에 대해 불평한 적이 많았으나 이들 기관을 바꾸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았다. 또 진보 성향의 대학과 로펌을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리조트에서 세계 정상회의를 열고 싶어 했지만 역풍을 우려해 포기했고 사업에 계속 관여하려 했지만 고문들이 반대해 물러섰다.

올해 초 경제 참모들이 암호 화폐 만찬에 참석하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직언했으나 트럼프가 무시했다.

지난 5월 트럼프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백인 학살”이 일어나는 영상을 보여주고 싶어 했을 때 참모들은 회의적이었으나 개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은 트럼프가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으며 트럼프가 내린 결정을 만류하지도 않는다. 와일스는 자기 역할이 참모들 관리지 대통령 관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각료들도 트럼프의 비전에 동조한다.

브룩 롤린스 농업장관은 지난 26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혁명을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이끄는 변화를 1776년 건국과 남북전쟁에 비유해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세 번째 혁명”이라고 말했다.

1기 시절 백악관 입법 담당 국장이던 마크 숏은 “트럼프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는 최근 며칠 사이 우편투표 폐지를 주장했고 주정부가 보증금 없는 보석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볼티모어에 군대를 보내겠다고 위협했고 뉴욕과 시카고에도 보내고 싶다고 했으며 리사 쿡 Fed 이사를 해임한다고 통보했다.

모두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들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