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사태 후폭풍] 트럼프 1기 안보보좌관 볼턴 인터뷰
美투자 장려하면서 ‘反이민’ 상충
외국기업 美투자 안 늘리려 할것… 양국, 구금문제 합의부터 도출해야
한미 정상회담 꽤 잘 진행됐지만,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시도 가능성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정책이 조율되지 않아 발생한 사태였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볼턴 전 보좌관이 올 4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볼턴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손발이 서로 뭘 하는지 몰라서 발생한 사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7)은 1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체포 및 구금 사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쪽에선 미국 내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려고 나서면서 (다른 쪽에선 무리하게 반이민 정책을 집행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구금 조치가 부적절했고, 불법 이민 단속과 제조업 재건이란 모순되는 목표를 내부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하다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외교안보 책사 역할을 맡았지만, 주요 외교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 경질됐다.
● “한국인 구금 사태로 투자 위축 불가피할 듯”
볼턴 전 보좌관은 HL-GA 건설 현장에서 진행됐던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과 근로자 체포, 구금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산업 정책으로 꼽히는 제조업 재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HL-GA 건설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본 외국인투자가들은 이제 (미국에서) 새롭게 투자하거나 기존 투자를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 안팎의 비판과 우려가 커지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그들(외국 기업)과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로 인해 이미 다른 국가와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투자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인 근로자 구금은) 공정(fair)하지 않은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두 정상 간 첫 만남이었고, ‘개인적 교류’란 측면에선 꽤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실질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면서 “한국 기업 공장에 대한 대규모 단속 조치로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이번 사태 뒤 한미 당국 간 “매우 강한 발언들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 정부는) 일단 이번 문제에 대한 합의부터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현안들도 논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시도할 수도”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북-중, 북-러 연쇄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에 대해선 “김정은이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했던 것처럼,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북한의 이익을 챙길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봤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굵직한 헤드라인과 대형 이벤트를 좋아한다”며 “아마 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등에 우선 초점을 맞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합의가 될진 모르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일부 감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은 “현재의 주한미군 수가 지금 시점에선 최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감축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옵션에 대해선 “북한은 자신들이 자초하는 위험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선제공격을) 예비책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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