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경기 고양시의 한 상가 건물에서 70억 원대 투자사기 조직이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서울·경기 도심의 오피스와 상가 공실이 범죄조직의 ‘떴다방’ 아지트로 전락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공실률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자, 투자사기 조직이 사무실을 단기로 빌려 ‘진짜 회사’인 것처럼 쇼룸을 꾸미고 피해자를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것이다. 도심 한복판이 범죄 무대가 되면서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첨단지구의 한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고 ‘비상장주식을 싸게 살 수 있다’며 23명에게서 8억5000만 원을 빼낸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같은 건물에선 지난해 투자자 44명에게서 13억4000만 원을 뜯어낸 또 다른 스캠(사기) 코인 조직이 붙잡혔다. 이들 모두 공실을 3개월 이내로 단기 임차해 콜센터로 활용했다.
과거 외곽 원룸이나 폐창고를 전전하던 범죄조직이 도심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 악화로 빈 사무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국 집합상가 평균 공실률은 10.5%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공실률도 9.3%로 10%에 육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도심 사무실이 범행의 전초기지로 활용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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