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대법관도 “관세, 의회권한 침해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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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서 관세 첫 심리 진행
“트럼프 행정부 승소 장담 어려워”

워싱턴 DC의 미 연방 대법원의 모습.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미 연방대법원의 첫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도 적법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이지만 이날 대법관들의 반응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에서 진행된 이번 심리에서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것을 두고 “비상사태 시 외환 규제 권한을 ‘모든 국가의 모든 제품에 대해 어떠한 금액, 어떠한 기간이든’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으로 해석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임명한 또 다른 보수 성향 대법관인 닐 고서치, 에이미 배럿 대법관 역시 의문을 제기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의회가 외국 무역을 규제하거나, 전쟁 선포 책임까지 모두 대통령에게 넘기는 걸 막을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헌법이 의회에 부과한 권한을 대통령이 과도하게 침해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배럿 대법관도 “어떤 대통령도 그동안 ‘수입 규제’ 문구를 근거로 관세 부과 권한을 주장한 적은 없었다. 의회가 (관세 등과 관련해) 전면적 위임을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측을 대변하는 D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관세가 무효가 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각국과 맺은 무역 합의들을 되돌려야 한다며 “미국은 훨씬 더 공격적인 국가들로부터 가차 없는 무역 보복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인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의회가 제정한 모든 관세 관련 법을 보면 수입세, 관세, 세금 등 관련 언어가 명확히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당신이 의존하는 법률에는 그런 언어가 전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빠르면 올해 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로 얻은 각종 세수(稅收)를 환급해야 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법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당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관세 정책의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대법원#관세 정책#국제비상경제권한법#트럼프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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