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예산안 갈등으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최장기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수도 워싱턴의 주요 미술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수년에 걸쳐 기획된 한국의 국보급 전시에 먼지만 쌓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P는 “예산안이 승인되고 셧다운만 끝나면 전시는 바로 개막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미술관은 하루빨리 미국 관객들이 전시를 보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WP는 당초 이달 8일 개막 예정이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한국의 보물들’ 전시 개막 연기를 집중 조명했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작품들이 대거 포함돼 개막 전부터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WP는 “이 전시는 스미스소니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 전시”라며 “한국의 3개 박물관에서 주요 소장품을 빌려온 끝에 200점이 넘는 작품과 10여 점의 한국 국보를 포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박물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작품들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 박물관의 하역장은 폐쇄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박물관 관계자들은 걱정하는 한국 직원들에게 ‘한국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인 셧다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며 “셧다운 기간 동안에도 직원들이 ‘헤라클레스급 노력’을 기울인 끝에 전시 개막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막 준비 완료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이 끝나지 않는 이상 박물관은 개관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WP는 “수년에 걸친 기획과 대륙 간 물류 이동이라는 복잡한 과정 때문에 이런 국제 전시가 지연되는 것은 특히나 큰 피해로 이어진다”며 “셧다운으로 전시 일정이 낭비됐음에도 불구하고 순회 전시기 때문에 전시를 연장할 수 없고, 작품들은 다음 목적지인 시카고로 이동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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