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2020년 자신의 대선 패배가 부정 선거 때문이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공화당이 선거를 국영화(nationalize the voting)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 헌법에 따라 각 주정부가 담당하는 선거 관리를 연방정부 통제 아래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미 CNN 방송 등은 “공화당의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구 재조정 등을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댄 본지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진행하는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민자들이 불법적으로 투표하고 있다며 “공화당이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최소 15개 주의 투표를 장악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15개 주가 어딘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본지노는 소수의 좌파 엘리트 관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나라를 좌우하고 있다는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 음모론을 주장한 인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재취임한 뒤 그를 FBI 부국장으로 발탁했지만,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접대 명단 공개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이견을 보이다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에서 사실은 자신이 승리했다며 기존의 부정 선거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당시 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며 “사람들이 불법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FBI가 지난달 28일 2020년 대선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언급하며 “조지아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역은 트럼프 진영이 대선 투표 조작설을 줄곧 제기해온 곳이다. 대선 후 재검표 결과 부정선거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관련 소송이 모두 기각됐음에도 FBI의 강제 수사가 본격화돼 ‘정권 입맛에 맞춘 수사’란 비판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압수수색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담당 수사팀과 통화했다고 NYT가 이날 보도하면서 수사 개입 논란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 수위가 높아진 시점이 공화당이 뉴욕시장 선거, 텍사스주 보궐선거 등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에 모두 패배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잇단 선거 패배에 대한 자신의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해 패배 원인을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 가능성을 명분으로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규칙을 만들려는 포석이란 지적도 나온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국영화’ 발언을 두고 “불법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투표 관리 책임을 변경하는 내용의 그 어떠한 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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