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재연장한다고 2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연장’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수시로 번복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백악관 측 관계자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짧은 집중력에 얽매인 ‘예스맨’(대통령 최측근) 집단이 이란과의 평화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폭격 재개를 시사한 뒤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백악관의 전쟁 승리 주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국과 이란의 휴전 종료 시한은 22일 저녁(미 동부 시간·한국 시간 23일 오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합의가 안 되면 (휴전) 연장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21일 돌연 이란 정부의 분열을 이유로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는 텔레그래프에 “행정부 내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계획과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등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며 “완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조차 그의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따라잡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텔레그래프는 “게시물들은 많은 잡음을 만들어내지만 뚜렷한 외교적 성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있고 수면 시간도 줄어든 상태에서 검토되지 않은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모들이 SNS 활동 자제를 권고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면서 명확한 계획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틀 사이 이란과의 협상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가 곧 ‘성사되기 어렵다’고 번복했다. 또 JD 밴스 부통령이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뒤늦게 백악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직 행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들이 전시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작동하는 행정부 의사결정 구조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의 게시물이 혼란의 원인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다”며 “종종 주식시장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행정부 내 ‘입바른 소리’를 하는 측근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직관과 충성파 소수 그룹 조언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들은 전쟁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완화한 형태로 전달한다”고 했다. 이어 “계산된 작전으로 보였던 이란 전쟁이 일관성 없는 일일 업데이트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두고 “첫 임기 때 참모들이 바꾸려 했던 스타일인데 대통령은 그걸 제약으로 느낀다”며 “첫 임기에는 (바꾸는 게) 이익이 되는 점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장밋빛 상황’만 보고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미군의 성과를 담은 영상을 보고받고 있지만, 최측근들은 이란 공습이 시작된 당일 17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란 초등학교 오폭 사건 등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전쟁 전부터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종전 협상단을 이끌면서 전쟁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해외 전쟁에 부정적이었던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그들의 지휘 체계 안에는 국가를 대표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백악관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황 상태에 있다”며 “유럽은 나서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인내심이 짧고 더이상 이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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