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기만 한게 아니었다”…UAE, 이란 석유시설 비밀리 때렸다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5월 12일 13시 56분


美-이스라엘군 아닌 ‘의문의 전투기’ 포착
4월초 페르시아만 라반섬 정유시설 공격
美도 용인…걸프국 참전에 중동 긴장 고조

이란 라반섬 인근 해상 석유시설 모습.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가 지난 4월 이란 라반섬 정유시설을 비밀리에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블룸버그·게티이미지
이란 라반섬 인근 해상 석유시설 모습.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가 지난 4월 이란 라반섬 정유시설을 비밀리에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블룸버그·게티이미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은 뒤, 이란 본토 석유시설을 비밀리에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내 대표 친서방 산유국인 UAE가 사실상 이란과의 직접 교전 당사자로 움직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정세 긴장도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UAE가 최근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수행했으며, 지난 4월 초에는 페르시아만 라반섬(Lavan Island)의 정유시설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발표하던 시점 전후에 이뤄졌으며, 대형 화재와 함께 해당 시설 생산능력 상당 부분이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UAE의 공격에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휴전이 완전히 안착되기 전 상황이었던 만큼 미국이 UAE 등 걸프 국가들의 군사 개입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전했다.

● “중재자 아닌 교전국”…걸프 국가 전략 바뀌나

그동안 UAE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에서 직접 충돌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전쟁 전에는 자국 영공과 군사기지를 대이란 공격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뒤 상황은 급변했다. 이란은 걸프 지역 공항과 에너지 시설, 인구 밀집 지역 등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에 나섰고, 특히 UAE에는 2800기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는 이스라엘보다도 많은 규모였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의 공격 이후 UAE 항공·관광·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WSJ는 항공 운항 차질과 함께 관광·부동산 경기 둔화, 휴직·해고 증가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란의 공격이 UAE가 구축해온 ‘안전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이미지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전문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WSJ에 “걸프 아랍 국가가 직접 이란을 타격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며 “테헤란은 UAE와 다른 걸프 국가들 사이를 이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UAE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첫 이란 공격 이후 역내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며 “걸프 국가들의 군사 개입 확대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UAE의 전쟁 개입 가능성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제기돼왔다. 당시 이스라엘이나 미국 소속으로 보이지 않는 전투기가 이란 상공에서 촬영되면서다.

실제 UAE는 미국산 F-16 전투기와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 중국산 윙룽 드론 등을 운용하며 중동 내에서 비교적 강한 공군력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된다. 공개 정보 분석가들은 최근 이란 상공에서 촬영된 일부 전투기·드론 영상이 UAE 장비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 공군 출신 데이브 뎁툴라 전 중장은 WSJ에 “UAE는 정밀타격과 공중감시, 방공 능력 측면에서 매우 강한 공군력을 갖고 있다”며 “그 정도 역량을 갖춘 국가가 이란 공격을 받으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 유가·호르무즈 긴장 다시 커질 가능성


시장에서는 이번 보도가 단순 군사 충돌을 넘어 중동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UAE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관련 유엔 결의안 초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 중 하나로 꼽힌다. 중동 내 군사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UAE 정부는 WSJ 보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UAE 외교부는 군사 공격 여부에 대한 논평 대신, 적대 행위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권리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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