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건국행사 맞춰 하메네이 장례식… 곳곳서 “복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7월 6일 04시 30분


사망 넉달만에 시작, 6일간 열려
붉은 ‘복수’ 깃발-“킬 트럼프” 현수막
‘부상설’ 모즈타바 참석여부 관심
이란 사정으로 韓대사관 조문 무산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형 예배 장소인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에서 5일(현지 시간) 열린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와 가족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이 이란 국기와 저항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들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형 예배 장소인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에서 5일(현지 시간) 열린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와 가족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이 이란 국기와 저항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들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약 4개월 만인 4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됐다. 시민 수만 명은 하메네이의 시신이 안치된 대형 예배 장소인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 모여 “미국에 죽음을” “복수” 등을 외쳤다.

공교롭게도 4일은 미국 건국 250주년이다. 이란 당국이 국민들의 반미(反美) 의식 고취와 결집 등을 위해 일부러 하메네이 장례식을 이날부터 시작했단 분석도 나온다. 이번 장례식은 9일까지 이란 곳곳을 돌며 치러진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이날 도심 광장의 야외무대에서 하메네이의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관 위에는 그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임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놓였다. 하메네이와 함께 숨진 그의 딸, 사위, 며느리, 생후 14개월이었던 외손녀 등 가족 4명의 관도 함께 놓였다.

야외무대는 하메네이가 생전 테헤란 내 시아파 종교 시설에서 연설하던 장소를 구현했다. 추모객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치켜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죽이자(Kill Trump)’라고 쓴 영어 현수막을 든 사람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메네이의 차남이자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가 이번 장례식에 참석할지도 관심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는 전쟁 발발 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두고 “(미사일) 한 발이면 (장례식에 모인 이란 고위 관계자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메네이가 생전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했음을 거론하며 “(이란 국민들이 흘리는 눈물은) 어쩌면 가짜 눈물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장례식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의 초청을 받아 테헤란 주재 한국대사관이 조문하려 했으나, 막판에 이란 측에서 장례식 수용 인원상의 기술적 이유로 조문이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나무호를 비롯한 한국 선박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례식 참석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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