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1기 때도 군사 개입 원해
NYT “루비오, 베네수엘라 군사정책 핵심 설계자”
루비오 궁극적 목표는 ‘쿠바 정권 붕괴’
3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대해 설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팜비치=AP 뉴시스
2019년 4월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64)의 퇴진을 주도하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던 후안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43)이 군인들을 동원해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과이도는 군의 봉기를 촉구했지만 군부가 움직이지 않으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3년 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8)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쿠데타’ 계획을 도왔다”고 밝히며 파장을 일으켰다.
● 2019년 축출 시도, 국방장관의 ‘이중 배신’으로 실패
과이도는 군부 반란을 유도해 마두로를 축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과이도와 내통한 군부 유력자들이 2019년 4월 30일 약속 장소인 수도 카라카스 인근 라카를로타 공군기지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군부는 과이도 편으로 돌아서지 않았다.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졌고, 과이도는 2022년 야당 동료들에 의해 임시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이듬해 콜롬비아로 떠났다.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르카스에서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맨 앞)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을 접견하고 나왔다. 카르카스=AP 뉴시스과이도의 봉기가 실패한 결정적 배경에는 ‘배신자들의 배신’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과이도에 협력하는 척했으나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작전 당일 라카를로타 공군기지에 나가지 않은 파드리노는 국영방송에 출연해 “테러리스트의 비겁한 쿠데타 시도이며 군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충성한다”고 밝혔다.
직후 볼턴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파드리노 국방장관과 베네수엘라의 헌법재판소장, 대통령 경호실장이 (협조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베네수엘라 야권의 중재를 통해 마약 유통 등으로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과 제재 해제 등을 대가로 협상해 왔다고 공개하며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끝내 굳건하게 유지됐다.
● 집권 1기 때도 군사 개입 원했던 트럼프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취임 첫해인 2017년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을 참모들에게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이웃 베네수엘라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고, 필요하다면 군사 옵션 또한 가능하다”며 참모들과 토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매우 놀란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침공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단념을 유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 밖 베네수엘라 강경파도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영향을 줬다. 당시 40대의 젊은 상원의원이었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55)이 대표적이다.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볼턴은 2020년 회고록에서 “루비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가 핵심 외교 치적이 될 수 있다”며 개입을 강력 권유했다고 밝혔다.
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한 라틴계 여성이 ‘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팻말을 들고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를 반기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루비오가 베네수엘라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배경에는 쿠바계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쿠바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루비오 장관은 쿠바와 베네수엘라 출신이 200만 명 넘게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에서 자라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쿠바계 이민자들은 마두로 정권이 사실상 쿠바 사회주의 정부의 대리인이라고 보고 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0년 이후 공생 관계로 지내왔다. 쿠바는 최대 후원국이던 소련이 1991년에 붕괴한 이후 1999년 반미 사회주의 성향의 우고 차베스 집권을 계기로 베네수엘라와 손을 잡게 됐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제공받는 대가로 의료·교육과 보안·정보 인력을 베네수엘라로 보냈다. 쿠바 출신 요원들은 베네수엘라 관료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고 정권교체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베네수엘라 압박의 핵심 설계자는 루비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의 잇따른 베네수엘라 연계 유조선 나포로 쿠바의 전력난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매일 3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며 도왔으나 이마저도 끊기게 됐다. 하루 평균 11만~12만 배럴의 원유가 필요한 쿠바는 그간 4만 배럴을 국내 생산하고, 베네수엘라(3만 배럴), 러시아(6000배럴), 멕시코(2500배럴) 등의 지원을 통해 충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부터 공급을 받더라도 필요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4시간만 전기가 공급되는 등 전력 인프라가 망가진 상태다.
3일 마러라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에 서 있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오른쪽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전쟁)장관이다. 팜비치=AP 뉴시스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의 키맨으로는 루비오가 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입각한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NBC 방송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와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루비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루비오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압박 캠페인의 핵심 설계자”라고 보도했다. 강력한 권한을 지닌 국무장관으로 거듭난 루비오의 궁극적 목표가 ‘쿠바 정권 붕괴’라고 짚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즉각적 목표는 마두로를 몰아내는 것이나, 이는 결국 쿠바에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루비오가 평생 꿈꿔온 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쿠바는 실패한 나라, 논의할 것”
3일(현지 시간) 마두로의 압송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배석한 루비오는 쿠바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이번 작전이 “사실상 안보적 관점에서 베네수엘라를 식민지화했던 쿠바의 정보 및 보안 당국에 대한 타격”이라며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두로를 보호하던 경비 병력과 정보기관이 쿠바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는 베네수엘라가 “쿠바로부터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번 작전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예외적 조치가 아니다. 내가 만약 (쿠바 수도) 하바나에 살고 있고 그곳 정부에 몸담고 있다면, 적어도 조금은 걱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트럼프 대통령도 호응했다. 그는 “(카스트로 체제는) 쿠바에 유익하지 않다. 쿠바 국민들은 아주 오랜 세월 고통받아 왔다. 쿠바는 실패한 국가이기에 우리는 결국 쿠바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 국민들을 돕길 원한다”며 루비오에게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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