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 생활 도중 모병관으로부터 식기 세척 업무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입대한 세네갈 출신 말릭 디옵(25). 그는 최전선에 투입됐다가 탈영했다. 우크라이나 49보병대대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가 아프리카인을 상대로 공장 노동자를 구한다고 속인 뒤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 투입하는 등 ‘취업 사기’를 벌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대규모 신병 모집에 나서면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용병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카메룬 출신의 장 오나나(36)는 심문 과정에서 러시아의 샴푸 공장 구인 광고를 보고 모스크바로 향했지만, 도착 직후 10여 명의 다른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오나나에게 거액의 임금을 주겠다며 1년간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는 내용의 계약서에 사인하게 했다고 한다. 오나나는 이후 짐바브웨 출신 등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루한스크 등에서 5주간 군사 훈련을 받고 우크라이나 최전선 벙커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오나나가 머물던 벙커는 포격을 받아 그를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다. 상처를 입은 그는 잔해 속에 누워있다가 벙커를 빠져나온 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혔다.
세네갈 출신 말릭 디옵(25)은 러시아 유학 생활 도중 모병관을 만나게 됐다. 모병관은 디옵에게 전투에 나서지 않아도, 루한스크에서 식기 세척 업무를 하면 한 달에 5700달러(약 780만 원)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고 입대한 디옵은 최전선에 배치됐다고 한다. 수류탄과 헬멧 등을 받고 전선으로 이송된 그는 수많은 시신을 보고 탈영한 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국제조직범죄방지기구(GIATRC)는 러시아 기업이 이란산 자폭 드론(무인기) 제조를 위해 아프리카 출신 젊은 여성을 수백 명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들도 허위 취업 광고를 통해 드론 생산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옐라부가 경제특구는 ‘옐라부가 스타트’라는 가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요식 및 호텔업 분야를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홍보해 아프리카 출신 여성들을 끌어들였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드론 공장을 공격했을 당시 이 여성들이 사는 기숙사도 피해를 당해 여러 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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