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키이우 정부청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 있는 정부청사가 7일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부청사가 직접 공격당한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이다. 키이우=AP 뉴시스
러시아가 6일 밤∼7일 새벽 사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의 정부청사 건물이 공격당했고, 민간인 사상자 또한 속출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갓난아기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이번 공습에서 드론과 미사일 총 823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우크라이나의 정부청사 건물이 공습당한 것은 처음이다. 공습 규모 또한 올 7월 8, 9일(741기)을 넘어 전쟁 발발 뒤 최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공격형 드론 ‘샤헤드’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키이우=AP 뉴시스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과 ‘KN-23 탄도미사일’ 등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이 중 751기를 격추하거나 전파 교란으로 무력화했지만, 미사일 9발과 드론 56대가 방어망을 뚫고 37개 지역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 역시 “정부청사가 처음으로 적의 공격을 받았다. 옥상과 상층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에 청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는 청사 상층부가 화염에 휩싸이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등장한다. 공습 위협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산하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 또한 자국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참여할 의지가 별로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당시 기자회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오면 그와 회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상대방 국가의 원수에게 자국 수도로 오라는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한 셈이나 다름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푸틴)가 키이우로 올 수 있다. 매일 (러시아의) 미사일을 맞고 공격받는데 이 테러범(러시아)의 수도로 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싶어 하기에 나와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 서부 우주호로드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서방 주요국 군대의 주둔 규모가 “수천 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군사 지원 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그들(서방군)을 정당한 타격 목표물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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