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메다꽂은 ‘파이터’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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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로 장관을 메다꽂은 대통령은 누구
트럼프 빼고 운동이 생활화된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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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 빠진 모습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캡처
최근 살 빠진 모습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캡처


These rooms are very hot, like saunas, and I guess that’s a form of exercise.”.
(유세장은 사우나처럼 덥다. 일종의 운동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소원은 무엇일까요. 건강일 가능성이 큽니다. 78세에 다시 대통령이 됐으니 건강을 지키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강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합니다. 골프를 빼고는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온종일 TV 앞에서 뉴스 채널을 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고열량 햄버거와 콜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과거 대통령 시절보다 28파운드(13kg) 빠졌습니다. 특히 배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체중 감량제 오젬픽을 복용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살이 빠진 이유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유세장이 사우나처럼 더워 운동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싫어하는 대통령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운동을 즐깁니다. 책상 앞에서 고민하기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대통령이 존경받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주 넘어져도 자전거를 즐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 날 때마다 보좌관들과 농구 시합을 했습니다. 새해 결심으로 운동에 관한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운동 습관을 알아봤습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왼쪽)이 대기업 철도신탁(Railroad Trust)을 주짓수로 제압한다는 1906년 풍자만화. 제목은 ‘Jiu Jitsued’(주짓수 시키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he art of Jiu Jitsu is worth more in every way than all of our athletics combined.”
(주짓수는 미국 운동 경기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다)
얼마 전 테크계의 두 거물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주짓수(Jiu Jitsu) 대결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대결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짓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일본 무술 주짓수를 미국에 널리 알리는 데 공헌한 인물이 있습니다. 시어도어(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TR’로 불리는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잘 아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먼 친척 형입니다. 두 명의 루즈벨트가 성향은 완전히 다릅니다. 프랭클린이 깔끔한 신사 스타일이라면 테디는 정열적인 싸움꾼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운동도 격투기입니다. 레슬링, 권투, 주짓수, 유도까지 격투 종목은 못 하는 게 없습니다.

테디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파운드(9kg)를 빼고 싶어 격투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권투, 레슬링 등 서양식 운동을 하다가 나중에 주짓수와 유도로 넘어왔습니다. 권투를 그만둔 계기는 유명 권투선수와 대결했다가 얻어맞아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강조하는 동양 무술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주짓수를 배워온 경찰관 출신의 존 오브라이언 교수에게 교습받다가 본토 전문가에게 배우고 싶어 일본 주짓수의 창시자로 불리는 야마시타 요시츠구를 미국에 초청했습니다. 야마시타의 미국 방문은 ‘Professor Yamashita Goes to Washington’(야마시타 선생 워싱턴에 가다)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야마시타에게 사사 받은 후 일주일에 3번씩 연습할 정도로 주짓수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백악관 1층 방을 아예 주짓수 대결장으로 꾸몄습니다. 주짓수에 익숙한 사람이 없다 보니 대결 상대를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들, 비서, 주미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대결하더니 나중에는 윌리엄 태프트 전쟁장관, 기포드 핀초 내무장관 등 고위 각료들까지 억지로 끌려와 곤욕을 치렀습니다. 주짓수를 칭송하는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언입니다. 대통령이라기보다 주짓수협회 관계자의 발언 같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오른쪽)이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왼쪽)과 함께 조깅하는 모습.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On TV he looks like he’s plodding along, but it’s not like a stroll in the park.”
(TV에서 보면 그는 천천히 걷는 것 같다. 하지만 공원 산책이 아니다)
조깅 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떠오르지만 가장 열성적인 조깅파는 그의 전임자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이때 백악관에 처음으로 조깅 트랙이 설치됐습니다. 달리기 단체들로부터 3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400m 트랙을 만들었습니다. ‘클린턴 트랙’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애써 만들었지만 6개월 만에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싫어했습니다. 딱딱한 땅에서 뛰는 게 좋은데 백악관 트랙은 지나치게 푹신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본인 소망대로 딱딱한 길거리를 뛰었습니다. 경호원들에게는 악몽이었지만 인파가 많은 워싱턴 중심가를 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자신이 뛰는 모습을 국민이 봐주기를 원했습니다. 활동적인 리더상을 연출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조깅하는 대통령이 화제가 되자 정치인들 사이에 ‘조깅 버디’ 경쟁이 불붙었습니다. 대통령과 나란히 뛰면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깅 버디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도 포기자가 속출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굵고 짧게 뛰는 스타일입니다. 매일 아침 4마일(1.6km)을 30분 안에 뛰고 백악관으로 돌아와 하루 업무를 개시했습니다. 멋모르고 함께 뛰었다가 클린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떨어졌습니다. 백악관은 클린턴 조깅 코스를 따라 밴까지 운행할 정도였습니다. 중도 포기자들을 모아오는 차량이었습니다.

최초의 여성 백악관 대변인인 디디 마이어스 대변인의 경험담입니다. 마이어스 대변인도 조깅 버디로 나섰다가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plod’(플러드)는 터벅터벅 걷는 것입니다. TV에서 보면 클린턴 대통령은 뛰는 것 같지 않고 그저 터벅터벅 걷는 것처럼 보입니다. ‘stroll in the park’는 공원 산책을 말합니다. 공원 산책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을 의미합니다. ‘a piece of cake’와 같은 뜻입니다. 천천히 뛰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함께 뛰어 보면 장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아침 걷기 운동. 해리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아침 걷기 운동. 해리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A man in my position has a public duty to keep himself in good condition. You can’t be mentally fit unless you’re physically fit.”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자신을 좋은 상태로 유지해야 할 공적인 의무가 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 그가 선택한 운동은 걷기였습니다. 매일 5시에 백악관을 나섰습니다. 매일 2마일(0.8km)씩 걸었습니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분당 120보 원칙을 지키며 걸었습니다. 미 육군의 속보 속도입니다. 걷기 운동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Walk as if you had somewhere to go.”(어디 갈 곳이 있는 사람처럼 걸어라)

트루먼 대통령의 걷기 운동은 패션으로 유명했습니다. 양복 상·하의에 조끼까지 갖춰 입었습니다. 넥타이는 기본. 나비넥타이도 맸습니다.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들었습니다. 과한 정장 패션이지만 당시는 예절이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잠깐 외출할 때도 옷을 갖춰 입는 시절이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젊은 시절 양복점을 경영해 패션 감각도 뛰어났습니다

걷기가 끝이 아닙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백악관으로 돌아와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그런 뒤 다양한 기구 운동과 윗몸 일으키기 25개를 합니다. 다시 수영장으로 갑니다. 마지막으로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고 운동을 마칩니다. 아침 운동에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반. 규칙적인 운동은 군 생활 덕분입니다. 육군 대위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습니다. 그의 운동 명언입니다. ‘fit’은 ‘맞추다’라는 동사이자 ‘건강한’이라는 형용사도 됩니다.

명언의 품격
과거 수영장이었던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 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V에서 보면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고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에게 매서운 질문을 던지는 방이 있습니다. ‘브레이디 프레스 브리핑 룸’입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들어가 봤습니다. 백악관은 출입이 엄격하지만 큰 행사가 있으면 외국 기자도 브리핑 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내놓라 하는 기자들이 거쳐 간 프레스 브리핑 룸은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TV 화면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길쭉하고 폭이 좁은 방입니다. 중간 통로 없이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덩치 큰 미국 기자들이 앉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꽉 찹니다.

이 방이 길쭉한 것은 과거 수영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39세에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됐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운동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집에 수영장을 만들어놓고 수영을 하며 다리 운동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자 수영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백악관에는 수영장이 없었습니다.

당시 유명 신문사인 뉴욕 데일리 뉴스가 나섰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욕 주지사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언론사였습니다. 대통령 취임 열흘 뒤 뉴욕 데일리 뉴스 1면에 전면으로 수영장 건설을 위한 국민 모금 광고가 실렸습니다. 신문사가 낸 광고였습니다. 광고 문구는 사장이 직접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단도직입적입니다.

Help build a pool for Roosevelt.”
(루즈벨트를 위한 수영장을 짓게 도와달라)
‘help’는 다양한 방식으로 쓰는데 여기서는 다음에 동사 원형이 와서 ‘제삼자가 하도록 돕다’라는 의미입니다. 패터슨 사장이 먼저 1000달러를 냈습니다. 아이들까지 저금통을 깨며 동참했습니다. 한 달 만에 필요한 자금이 모두 모였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돼 석 달 뒤 실내 수영장이 완공됐습니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어둡고 답답한 수영장이지만 당시로써는 수중 조명, 자동 소독 장치 등을 갖춘 최신식 수영장이었습니다.

대통령 개인을 위해 국민이 십시일반 돈을 모은다는 것은 권위주의를 배격하는 미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캠페인이 성공한 것은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타개할 희망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뉴욕 데일리 뉴스 사장은 광고에서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Franklin D. Roosevelt, who is leading the country out of depression, must have a pool for his health.”(나라를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할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건강 때문에 수영장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완공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pool that you built will stand up”(여러분이 만들어준 수영장은 건재할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수영장을 열심히 이용했습니다. 이후 대통령들도 애용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하루 3번씩 입수했습니다. 그의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수영이 도움이 됐습니다. 수영장이 없어진 것은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입니다. 늘어나는 언론사들을 위해 수영장을 메워 브리핑 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언론의 집요한 워터게이트 스캔들 추적으로 4년 뒤 대통령에서 물러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실전 보케 360
넷플릭스에 개봉한 ‘오징어 게임’ 시즌 2. 위키피디아
넷플릭스에 개봉한 ‘오징어 게임’ 시즌 2. 위키피디아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시즌1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래도 신랄하게 비판하기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은 평론가들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입니다. 영국 가디언지도 애정 어린 충고를 건넸습니다. 가디언이 본 시즌2의 문제점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서사가 너무 길어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When we get into the actual games, the smash-hit K-drama finds its feet.”
(실제 게임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인기의 K드라마는 제 자리를 잡는다)
‘find’는 ‘찾다’, ‘feet’은 ‘발’을 말합니다. ‘find feet’은 ‘발을 찾는다’로 동물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갓 태어난 동물은 서지 못합니다. 다리에 힘이 없습니다. 다리에 힘이 생기면, 즉 발을 찾으면 제 몫을 하는 동물이 됩니다. ‘find feet’은 ‘제 몫을 하다’ ‘제 자리를 찾다’라는 뜻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사원이 일을 척척 해냅니다. 칭찬해주고 싶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You’ve only been working here a few days, but you really are finding your feet.”(일을 시작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제 몫을 하네)

‘get cold feet’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발이 차가우면 움직이기 힘듭니다. 망설일 때 씁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주저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He got cold feet before the wedding.” ‘Don’t let the grass grow under your feet.’ 유명한 속담입니다. 발밑에 풀이 자랄 정도로 꾸물대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22일 소개된 심야 토크쇼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 TV에서 뉴스만큼 경쟁이 심한 분야는 심야 토크쇼입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골고루 방송되는 심야 토크쇼는 친(親) 민주당 성향이 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기쁠 리 없습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은근 기뻐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개그 소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토크쇼들이 이제 확실하게 각 잡고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할 준비가 됐습니다. 과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어땠는지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9년 1월 22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122/93800824/1

대선 후보 시절 스티븐 콜베어(오른쪽)가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위키피디아
대선 후보 시절 스티븐 콜베어(오른쪽)가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위키피디아
오후 11시가 되면 미국 TV에서 심야 토크쇼를 시작합니다. 심야 토크쇼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CBS 방송의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고 유쾌하게 조롱해 인기가 높습니다.

The T is silent. Like you were during the Roger Ailes scandal.”
(철자 T는 침묵해야 해. 당신이 로저 에일스 스캔들 때 침묵했던 것처럼 말이야)
콜베어(Colbert)는 발음이 독특합니다. ‘콜버트’가 아니라 ‘콜베어’라고 읽습니다. ‘t’는 묵음입니다. 그런데 폭스뉴스의 브라이언 킬미드 앵커는 기어코 ’콜버트‘라고 발음했습니다. 은근히 무시한 겁니다. 콜베어는 킬미드에게 한 방 먹였습니다. 폭스뉴스 최고경영자 로저 에일스의 직장 내 성희롱 스캔들이 터졌을 때 상당수 직원이 에일스를 비판했지만 킬미드는 침묵을 지킨 것을 비꼬았습니다. 발음되지 않는 묵음을 ‘silent’(침묵)라고 합니다.

Whoa! Pump the brakes.”
(잠깐! 천천히 갑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콜베어가 김 위원장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단 한 번 만난 할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은 김 위원장은 당혹스럽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pump the brakes’는 위험한 도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한 번에 콱 밟지 않고 반복적으로 살짝 밟으며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I’m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
(나는 투명인간이야)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를 수차례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 작전을 폈습니다. 토크 배틀 난타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야 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목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콜베어가 펜스 부통령의 속마음을 읽어보니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난장판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돕느니 차라리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겁니다. 베이지 색깔의 벽에 붙여놓은 노란색 마닐라 봉투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존재감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목석처럼 앉아 있는 펜스 부통령이 오히려 더 눈에 잘 띄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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