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럽의회 돈, 정당에 사용”
유럽 대표적 강경보수 정치인
대선 출마 좌절땐 정계 파장 예고
소속 정당에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랑스 강경보수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옛 국민전선) 의원 겸 전 대표(57)가 31일 1심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징역 4년형(이중 2년 실형),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또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을 명령했다. 르펜 의원은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명령으로 르펜 의원의 2027년 프랑스 대선 출마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유럽 곳곳에서 강경 보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세력이 지지를 얻고 있어 유럽 정계 전반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르펜 의원이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했던 2004~2016년 450만 유로(약 72억 원)의 EU 보조금을 국민연합 보좌진에 대한 급여 등으로 사용했다며 기소했다. 이 돈은 유럽의회를 위한 활동비로만 쓰여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르펜 의원이 자신의 경호원, 비서, 그래픽 디자이너 등을 유럽의회 보좌진으로 둔갑시켜 이들에게 돈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법원은 “르펜이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 조직적으로 유럽의회 자금을 자신의 정당 운영에 사용했다”고 판결했다. 이날 법원에 출두한 르펜 의원은 법원 판결을 듣는 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을 만든 정치인 장마리 르펜(올해 1월 사망)의 막내딸인 르펜 의원은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 중 최초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올랐다. 그는 2017년, 2022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모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했다. 다만 2017년 32%포인트였던 지지율 격차가 2022년에는 17%포인트로 좁혀져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3선을 금하는 헌법에 따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현재 르펜 의원은 유력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 여론조사회사 ‘이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36%로, 2위를 기록한 중도우파 성향의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25%)보다 크게 높았다.
르펜 의원의 대선 출마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민연합에선 30세인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바르델라 대표는 르펜 의원만큼의 소구력과 인지도를 갖추지 못해 대선 경쟁력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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