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이매진’ 노래에, 보수파 공격 받는 교황 후보[지금, 이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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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성향 필리핀 타글레 추기경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 가사 논란
콘클라베 앞두고 보수파 “자격 없어”

아시아권 출신 추기경 중 차기 교황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사진)이 6년 전 한 행사장에서 부른 노래 때문에 가톨릭 보수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타글레 추기경이 2019년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영상이 도마에 올랐다고 지난달 29일 전했다. WP는 “일부 가톨릭 내 보수주의자들이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자격이 없다는 증거로 이 영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매진’의 가사 중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Imagine there‘s no Heaven)” 등의 내용이 가톨릭 신앙과 배치된다는 것.

그런데 6년 전 영상이 최근 소환돼 화제가 된 건 캐나다의 보수 가톨릭 매체 라이프사이트뉴스 보도가 한몫했다. 라이프사이트뉴스는 X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고 “충격이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반기독교적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른 것 자체가 교황 자격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타글레 추기경이 당시 무대에서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의 가사는 부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톨릭 교계 일각에선 이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된 건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시작될 예정인 콘클라베를 앞두고 가톨릭 보수파들이 타글레 추기경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상을 활용했다는 얘기다.

타글레 추기경은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쾌하고 겸손한 성품과 진보적 성향을 닮았단 평가가 많다. 그가 자주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타글레 추기경은 교황청 내에선 ‘아웃사이더’다.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경험이 전무했던 그를 교황청 인류복음화부 장관에 임명했다. 이 자리는 아시아·아프리카 등 비가톨릭 지역의 주교 임명을 관장하는 중요한 성직이다. 또 아시아권의 대표적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출신이라 첫 아시아계 교황이 나온다면 타글레 추기경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95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난 타글레 추기경은 외할머니가 필리핀으로 이주한 화교 출신이다. 이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로 거론됐었다. 7일 시작되는 콘클라베는 80세 미만 추기경 134명에게 투표권이 있다. 역사상 가장 국제적이고 젊은 추기경단이라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글레 추기경#교황 선출#가톨릭 보수파#콘클라베#아시아의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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