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허위 주장 이유로
변호사 자격 박탈, 개인파산 신청
지난달 교통사고 자작극 음모론도
트럼프 “가장 위대한 뉴욕시장”
루디 줄리아니 전 미국 뉴욕 시장(왼쪽)이 2016년 8월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지지 연설자로 등장했다. 애크런=AP 뉴시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뉴욕 시장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줄리아니에게 ‘자유 훈장’을 수여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으며 1994∼2001년 최대 도시 뉴욕의 시장을 지낸 루디 줄리아니 전 시장(81)에게 민간인의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 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주겠다고 1일 밝혔다. 시상 날짜와 장소 등은 추후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패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거듭 주장하다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거액의 배상금 때문에 개인 파산 신청까지 한 인물이다.
‘대통령 자유 메달’은 과거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퇴임 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에게 수여된 영예로운 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정치적 논란에도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고 올 6월 그를 국토안보부 산하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번 메달 수여 또한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계인 줄리아니 전 시장은 1944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인으로 활동했다. 1983년 뉴욕 남부지검장에 취임한 그는 당시 강력 범죄가 판치던 뉴욕에서 주요 마피아 조직을 소탕했고 월가의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도 대대적으로 수사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이 여세를 몰아 1994년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이례적으로 공화당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전립선암 투병 중에도 테러 현장에서 구조 및 복구 작업 등을 지휘하며 ‘미국의 시장(America’s Mayor)’으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메달을 수여하려는 것 또한 9·11테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테러 24주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대선 사기 주장 또한 거듭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줄리아니 전 시장을 발탁했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20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에 관여하고 각종 허위 주장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뉴욕, 수도 워싱턴 등에서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해 7월 법원은 그에게 1억4800만 달러(약 2072억 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이 돈을 낼 수 없었던 그는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지난달 30일 뉴햄프셔주에서 교통사고로 척추 골절, 다발성 열상 및 타박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그의 일부 지지층이 “고의적인 사고일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줄리아니 전 시장은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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