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쿠팡 투자사 두 곳이 “한국 정부가 쿠팡의 사업을 마비시키기 위해 노동, 금융, 관세 등 정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 때문에 쿠팡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美쿠팡 투자사 “美정부, 韓정부 무역조치 해달라”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 회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차별적 행위를 통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한국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며 “(미국이)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조치’를 부과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린옥스 측 대리인은 “저희 투자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주가는 지난해 11월 30일 데이터 유출 사실을 공개한 이후 약 27% 하락했다. 공시에 따르면 그린옥스와 관련 법인들은 1.4억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의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업 간 분쟁을 정부 간 무역 문제로 확대시킬 수 있으며, 미국 무역법과 국제 조약을 근거로 한국 당국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韓법무부 “합동 대응 체계 구축해 적극 대응”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날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이 오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대한민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상대 국가에 보내는 서면이다. 그 자체로 정식 중재 제기는 아니고 중재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회와 행정부 등이 전방위적으로 쿠팡을 겨냥해 진상 조사 등 각종 행정처분과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며 “이는 한미 FTA 조항을 위반한 것이며, 이와 관련해 수십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투자회사들의 공세에 법무부는 “향후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과 합동 대응 체계를 수립해 중재의향서와 관련된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민의 알 권리 및 절차적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 李대통령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할 것”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 의회, 기업 등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라며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 소기업이든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상식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한국 정부가 쿠팡을 사실상 파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미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국적도 미국이다.
이에 여 본부장은 관계 법령에 따라 관련 기관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안임을 설명하며, 이를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이 이를 ‘미국 기업 탄압’으로 간주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번 사안을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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