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공이 곧 국가의 성공”
대통령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한 장의 편지
평화로운 정권 교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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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이 바이든 대통령, 왼쪽이 트럼프 당선자의 손. 백악관 홈페이지
You can’t love your country only when you win. You can’t love your neighbor only when you agree.” (당신이 이겼을 때만 나라를 사랑할 수 없다. 당신이 동의할 때만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
곧 물러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 4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명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뒤 한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승복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취임 전 백악관에 초대한 이유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겠지만, 백악관으로 초대해 9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Peaceful Transfer of Power’(평화로운 정권 교체)는 미국인들이 하도 많이 들어서 ‘PTP’라는 약자로 통할 정도입니다. 이 원칙에 입각해 전임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 간에 순조로운 바톤 터치가 이뤄집니다. 전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대해 국내외 정세 브리핑을 해줍니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장까지 자를 타고 가서 취임 선서를 지켜보는 것도 우리에게는 부러운 전통입니다.
백악관 초대와 취임식 동행이 공식 행사라면 좀 더 사적인 공간에 진행되는 바톤 터치도 있습니다. 손편지(hand-written letter)입니다. 전임 대통령은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한줄 한줄 손으로 써서 후임 대통령이 취임식 날 볼 수 있도록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고 떠납니다. 전임 대통령에게는 아름다운 퇴장의 기회를, 후임 대통령에게는 정권 인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편지입니다. 미국 정부는 편지 내용을 공개합니다. 한국은 대통령 때문에 시끄러운 시국에 미국 대통령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전통을 알아봤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한 손편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Don’t let the turkeys get you down.” (훼방꾼들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손편지 전통이 시작된 것은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물러날 때입니다. 자기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썼습니다. 친한 사이라서 그런지 정식 편지라기보다 건투를 비는 간단한 메모에 가깝습니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전문입니다.
“Dear George, You’ll have moments when you want to use this particular stationery. Well, go to it. George, I treasure the memories we share and I wish you all the very best. You’ll be in my prayers. God bless you & Barbara. I’ll miss our Thursday lunches.” (이 편지지를 사용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러도록 하세요. 우리가 함께 일한 기억들을 소중히 할 것이고, 당신이 잘되기를 빌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당신과 바버라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우리가 함께한 목요일 점심 식사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백악관 전용 편지지가 일반 편지지에 썼습니다. 이런 편지지를 사용한 이유가 첫 문장에서 나옵니다. 미국인들도 헷갈리는 단어로 ‘stationery’와 ‘stationary’가 있습니다. 발음은 ‘스테이셔너리’로 똑같습니다. ‘stationery’는 편지지, 펜 등 문구류를 말합니다. 문방구를 뜻하는 ‘stationer’에서 유래했습니다. 반면 ‘stationary’는 ‘station’(정거장)의 형용사로 ‘정지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당연히 ‘stationery’입니다.
편지지에 그려진 삽화와 ‘Don’t let the turkeys get you down’이라는 구절은 유머 작가 샌드라 보인튼의 작품입니다. 동명의 책으로 먼저 발간됐습니다. 책이 인기를 끌자 편지지가 관련 상품으로 나왔습니다. 일러스트의 의미는 칠면조는 건방지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반면 코끼리는 점잖습니다. 칠면조들이 등 위에 올라타 귀찮게 굴어도 코끼리는 상대도 안 해줍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본인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맞아 이 편지지를 택했습니다. 훼방꾼들에게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게 정책을 추진하라는 격려입니다. 마침 코끼리가 공화당의 상징 동물인 것도 이 편지지를 택한 이유입니다. ‘get down’은 ‘우울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Rainy days always get me down.”(비가 오는 날은 언제나 우울해)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한 손편지. 조지 H W 대통령 도서관 센터 홈페이지
Your success is our country’s success.” (당신의 성공이 국가의 성공입니다)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것은 우울한 일입니다. 그래도 레이건 대통령은 위로할 거리가 많습니다. 연임해서 8년 동안 누릴 것 다 누렸고, 후임은 같은 당 소속에다 자기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 후임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을 4년밖에 못한 데다가 정치 경력도 짧은 상대 당 후보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에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물러나는 기분은 참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가장 훌륭한 손편지를 남겼습니다. “손편지의 시작은 레이건 대통령이지만 모범은 부시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전문입니다.
“Dear Bill, When I walked into this office just now I felt the same sense of wonder and respect that I felt four years ago. I know you will feel that, too. I wish you great happiness here. I never felt the loneliness some Presidents have described. There will be very tough times, made even more difficult by criticism you may not think is fair. I’m not a very good one to give advice; but just don’t let the critics discourage you or push you off course. You will be our President when you read this note. I wish you well. I wish your family well. Your success now is our country’s success. I am rooting hard for you.” (지금 집무실에 들어선 순간 4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경이감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당신도 느끼게 되겠죠. 이곳에서 큰 행복을 누리기 바랍니다. 나는 다른 몇몇 대통령이 말하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당신을 향한 비난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나는 남에게 충고하는 데는 소질이 없지만 비판자들 때문에 용기를 잃거나 목표에서 어긋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우리의 대통령이 돼 있을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당신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입니다. 열렬히 응원할게요)
‘honesty’(정직)와 ‘grace’(품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손편지에 따라다니는 찬사입니다. 자신을 먼저 낮춤으로써 상대의 존경을 얻었습니다. “다른 대통령들처럼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충고에 소질 없다” 등은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오기 힘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자기 고백입니다. 어려운 단어를 한 개도 쓰지 않았음에도 글에 품위가 배어있습니다. ‘push off course’는 진로에서 밀쳐내다, 목표를 방해한다는 뜻입니다. ‘root for’는 응원, 지지를 말합니다. ‘root’은 영양분이 모이는 뿌리를 말합니다. 누군가를 위해(for) 힘을 모은다(root)는 뜻입니다.
대선 때 격렬하게 싸운 양당 후보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편지에 감동해 평생 친구가 됐습니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읽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He made us feel at home, as much as he could. Total class.”(그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정말 최고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한 손편지.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
There will be trying moments.” (힘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아들 부시는 어떨까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상 최저 지지율로 물러났습니다. 후임은 시대 변화의 아이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하버드 법대 졸업에 똑똑하기 소문난 후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문장력 부족으로 임기 내내 조롱까지 받았습니다.
그래도 훌륭한 편지를 남겼습니다. 이 편지가 유명한 것은 서번트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보라는 메시지입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편지에 개인적인 겸손이 배어있다면 아들 부시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의 사명이 겸손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전문입니다.
“Dear Barack, Congratulations on becoming our President. You have just begun a fantastic chapter in your life. Very few have had the honor of knowing the responsibility you now feel. Very few know the excitement of the moment and challenges you will face. There will be trying moments. The critics will rage. Your ”friends“ will disappoint you. But, you will have an Almighty God to comfort you, a family who loves you, and a country that is pulling for you, including me. No matter what comes, you will be inspired by the character and compassion of the people you now lead. God bless you.” (우리의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당신 인생에 멋진 장이 열렸습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책임감을 아는 영광을 누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신이 마주한 도전의 흥분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힘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비판자들은 열을 낼 것입니다. ‘친구’라는 사람들을 당신을 실망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위로할 전능한 신이 있고,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나를 포함해 당신을 응원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무슨 도전이 닥치든 당신이 이끌 국민의 애정과 인격이 영감을 줄 것입니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try‘의 형용사인 ’trying’은 힘들고 괴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trying time’은 힘든 시기, ‘trying circumstances’는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pull for’는 ‘root for’와 같은 뜻입니다. “Who are you pulling for?” 경기에서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편지. 백악관 홈페이지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버서’ 운동을 벌이는 기업가 시절의 트럼프를 2011년 백악관 만찬에서 망신을 줬습니다. “You are fired!”나 외치는 TV 리얼리티쇼 진행자가 중대한 외교 결정을 내릴 수 있겠냐고 조롱했습니다. 복수를 결심한 트럼프는 대통령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5년 뒤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편지를 전했습니다. 이들이 서먹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대통령들처럼 이름을 부르지 않고 ‘Dear Mr. President’라는 깍듯한 경칭으로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것이 못 미더웠는지 첫째, 둘째, 셋째 숫자까지 붙여가며 긴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1500자 분량으로 다른 대통령 편지의 3배에 달합니다. 대통령의 직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편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핵심인 셋째 메시지입니다.
Third, We are just temporary occupants of this office.” (셋째, 우리는 대통령의 자리를 잠시 차지하는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이지만 한계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이어집니다.
“That makes us guardians of those democratic institutions and traditions that our forebears fought and bled for. Regardless of the push and pull of daily politics, it’s up to us to leave those instruments of our democracy at least as strong as we found them. And finally, take time, in the rush of events and responsibilities, for friends and family. They’ll get you through the inevitable rough patches. Good luck and Godspeed.”(따라서 우리는 조상들이 피 흘려 싸운 민주주의 체제와 전통의 수호자가 돼야 합니다. 밀고 당기는 일상 정치를 초월해 민주주의의 도구들을 우리가 발견했을 때보다 더 튼튼하게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질주하는 과정에서 친구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 바랍니다. 그들이 있기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행운이 있기를)
오바마 대통령 편지의 특징은 내용은 어려운 데 표현 방식은 쉽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 여러 개 나옵니다. ‘patch’는 옷에 구멍이 났을 때 덧대는 조각을 말합니다. 덧댄 부분은 거칠기(rough) 마련입니다. ‘rough patch’는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말합니다.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는 ‘hit rough patch’, 견뎌냈을 때는 ‘go through rough patch’가 됩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Godspeed’는 ‘God speed you’의 줄임말입니다. ‘speed’는 ‘속도’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 ‘목표를 이루다’ ‘성공하다’라는 뜻의 중세 영어 ‘spede’에서 유래했습니다. ‘good luck’과 같은 뜻입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 총격 사망 사건의 용의자 루이지 만조니가 법정에 출석하자 카메라들이 몰린 모습. 뉴욕 경찰국(NYPD) 홈페이지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뉴욕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총격 사망 사건이 화제입니다. 대개 범죄 사건은 희생자에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범인인 26세 청년 루이지 만조니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
미국 의료보험은 정부가 아니라 사기업들이 주도합니다. 가입 거부, 높은 수가, 빈약한 혜택 등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흔히 ‘3D로 불립니다. ‘Deny‘(거부), ’Delay‘(지연), ’Depose‘(탈퇴)의 약자입니다.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시점에 미국 최대 의료기업 CEO에게 총을 겨눈 만조니를 살인자가 아니라 영웅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만조니는 총알에 3D 글자들을 새겨넣기까지 했습니다.
만조니가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불우한 환경 출신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메릴랜드에서 손꼽히는 부자 가문 출신으로 볼티모어 유명 프렙 스쿨을 최우등 졸업했고,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잘생긴 것은 덤. 그는 척추 통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미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깨닫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Mangione doesn’t exactly fit the bill of a cold-blooded killer.” (만조니는 냉혈 살인자 상에 맞지 않는다)
‘fit’은 규격에 맞는다는 뜻입니다. ‘bill’은 고지서를 말합니다. ‘fit the bill’은 청구서에 맞는다’라는 뜻일까요. ‘bill’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연극에서 유래한 뜻도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에 연극을 보러 가면 ‘playbill’(플레이빌)을 나눠줍니다. 연극 줄거리, 출연 배우 등을 소개한 브로셔입니다. ‘Playbill’이라는 이름의 연극 잡지도 유명합니다. 배우가 특정 역할에 맞으면 ‘fit the bill’이라고 했습니다. 특정 이미지, 목적, 조건 등에 맞는다는 의미입니다. “We wanted an experienced engineer, and he fit the bill.”(우리는 경험 많은 엔지니어를 원했고, 그는 조건에 맞았다)
살인자라고 하면 정해진 이미지가 있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낮은 교육 수준, 전과 이력 등입니다. 마조니는 살인자 상(像)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팬덤에 열광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 범죄자를 셀럽처럼 추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25일 소개된 워싱턴의 크리스마스 풍경에 관한 내용입니다. 일 년 내내 정치인들로 북적거리는 워싱턴은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이 되면 조용해집니다. 모두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201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귀향 계획이 올스톱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경장벽 표결 때문에 정치인들이 연말을 워싱턴에서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2018년 크리스마스날 백악관에서 해외 주둔 장병들과 동영상 대화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We’re not going to give in on this.” (우리는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답게 며칠 연속 TV에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포기하다’에는 ‘give in’과 ‘give up’이 있습니다. ‘give up’은 자신의 습관이나 하던 일을 포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give in’은 상대방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내가 먼저 포기할 때 씁니다.
Wheels down IAD ready to vote no on this stupid wall.” (워싱턴에 착륙하는 중이다. 어리석은 장벽 법안에 No 표를 던질 준비가 됐다)
하와이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하와이에 가서 17분간 가족과 만나고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wheels down’은 비행기 바퀴들이 내려오다, 즉 착륙한다는 뜻입니다. IAD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입니다. 국경장벽 설치비용 5억 달러를 의회로부터 받아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어리석은 장벽(stupid wall)이라고 조롱하면서 ‘No’ 표를 던질 준비가 됐다고 합니다.
A Very Special Counsel Christmas, a special tailor-made for these trying times.” (힘든 시기에 딱 들어맞는 특검 크리스마스)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TV 토크쇼 ‘스티븐 콜베어 쇼’는 크리스마스 만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지금처럼 힘들 때(trying times) 양복점에 맞춘 특별한 옷(tailor-made)처럼 딱 들어맞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매우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라는 인사를 전할 때 ‘very special Christmas’라고 합니다. ‘special’ 다음에 ‘counsel’을 살짝 넣어 특검 크리스마스(special counsel Christmas)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활동하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매우 특별하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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