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은 구소련 시절 탱크·장갑차 투입
우크라이나와 2년 10개월 넘는 전쟁으로 장비가 부족해진 러시아군이 영화 소품으로 쓰던 구소련 시절 탱크까지 전쟁에 동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영화 제작사인 모스 필름 대표는 지난달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제작사가 갖고 있던 1950년대 탱크와 장갑차 등 군용차량 50여대를 러시아군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비들은 영화사가 촬영 소품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1960년대 소련 정부가 제작사에 기증해 60년 동안 사용했다.
모스코우타임즈에 따르면, 모스필름 보관 시설에는 T-55 전차 28대, PT-76 경전차 8대, 보병 전투 차량 6대, 기타 군사 장비들이 보관돼 있었다.
영화사 대표는 “(영화 소품이)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국방부에 연락했고 그들(군)은 장비를 가져갔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
다만 이 장비들이 실제로 전장에 배치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부분이 다시 쓰려면 최소 몇 주간 정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50년 넘게 전쟁터를 떠나있던 장갑차들이 수십 년 만에 러시아군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재 러시아가 심각한 장갑차 부족 상황을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탱크 3600여대를 포함한 군용 차량 총 1만1000여대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는 전쟁 전 기준으로 러시아의 15년간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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