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쫓겨난 젤렌스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것을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통역을 두지 않고 회담에 임하면서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역사상 보기 드문 외교 실패에는 코미디언 출신으로 소통에 능숙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심이 있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통역 없이 직접 영어를 쓰며 회담에 임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무대에서도 영어를 자주 사용했다. 2022년 8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났을 때는 통역사가 일부 문장 통역을 건너뛰자 답답해하면서 직접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단순하고 강경한 표현으로 밀어붙이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본인도 다소 단정적이거나 급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언 수위 조절 등이 진행되기 어려웠고, 결과적으로는 카메라 앞이라고는 믿기 힘든 거친 충돌이 연출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적의를 가진 상대를 대하는 상황이었다면 더욱 통역사가 필요했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의 발언은 무게감이 크고 언어력 부족에 따른 오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역사가 있다면 발언한 이후 생각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판단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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