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위협에 몸사리는 미국 주요 인사들

  • 뉴시스(신문)

코멘트

대선 유세 때 보복 공언한 트럼프 실제 보복 착수
머스크도 가세…정치인 “경쟁 후보 지원하겠다” 협박
“권위주의 조짐” vs. “부유한 민주주의 무너지지 않아”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정치인, 사업가, 학자들이 신변안전 등을 우려해 침묵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고돼 주택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 연방공무원들이 집을 잃을 것을 걱정하면서도 기사에 이름이 인용되는 것을 거부한다. 연방 정부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하는 대학 총장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무역 전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을 걱정하는 기업 경영자들도 침묵한다.

우크라이나를 강력 지지하던 공화당 의원들조차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고 왜곡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것을 본 뒤 기존 입장을 뒤집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한 지 6주 남짓, 미국 전역에서 정치 발언이 얼어붙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해 공개 발언하던 사람들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온라인 공격에 위축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내내 보복을 공언했고 실제로 취임하자마자 보복을 시작했다. 이란의 살해 위협을 받는 마크 A. 밀리 전 합참의장에 대한 경호를 철회했고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를 변호하는 주요 로펌 변호사들에 대해 보안 인가를 박탈했다.

◆입장 바꾼 정치인들

트럼프를 공개 비판했던 한 인사는 최근 “내 이름이 기사에 나오면 극우 세력의 위협이 커진다“며 익명으로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인준에 찬성할 지를 고심하다가 트럼프가 지역구 경쟁자를 내세우겠다고 위협하자 인준에 찬성했다.

지난주 젤렌스키를 만나 지지한다고 밝힌 로저 위커 상원의원이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비난한 직후 젤렌스키와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을 SNS에서 삭제했다.

우크라이나를 강력 지지하던 공화당 상원의원 6명 이상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발언이나 당 내 침묵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길 거부했다.

◆대학과 기업도 침묵

트럼프의 보복과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나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대학 총장들은 대학을 보호하려고 침묵한다. 테드 미첼 미교육협의회 회장은 ”돼지와 싸우지 마라. 진흙탕 싸움이 되면 돼지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가져올 사업 피해를 걱정하고 머스크가 연방공무원을 거칠게 해고하는 것을 ”미친 짓“으로 생각하면서도 보복이 겁나서 공개 발언을 못한다고 밝힌다.

◆신변 안전 위협이 가장 큰 두려움

마이클 로스 웨슬리언대 총장은 ”지식인들이 매카시즘 시대 이후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아이비리그 일류대 출신인 트럼프, JD 밴스 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자신의 학위를 자랑하면서도 ”깨인(woke) 대학“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개 비판을 서슴지 않는 로스 총장도 사람들이 자신을 용기 있는 사람으로 칭찬할 때마다 겁난다고 밝혔다.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공개 비판하지 않는 진짜 이유가 가족 신변 안전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동료들은 의원직 상실보다 신변 안전을 더 걱정한다. ‘부인들이 제발 교회나 슈퍼마켓, 클럽에서 괴롭힘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고 밝힌다”고 했다.

스왈웰 의원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신변 위협이 커지면서 경호 비용으로 수십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머스크의 압박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이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청문회에서 날카롭게 질문했다.

그러자 머스크가 소셜 미디어에 ‘딥 스테이트(Deep State)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어떤 영문인지 머스크가 곧바로 자신의 글을 삭제하고 대신 영의원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영의원이 개버드 인준에 동의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정부에 충격을 받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경쟁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대겠다고 위협하는 머스크 때문에 침묵한다”고 말했다.

◆반발 조짐…권위주의 닥칠까

지난주, 역대 국방장관 5명이 의회에 서한을 보내 군 고위 장성 여러 명을 해임한 것을 다루는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머스크가 주도하는 연방 공무원 해고에 대해 공화당 의원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의 반발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해 짐 팔리 포드자동차 CEO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에 없던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3대 자동차회사 CEO와 회담한 트럼프가 자동차 부문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잠정 제외했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대학 총장, 언론사, CEO, 시장, 주지사 등 주요 인물들이 발언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권위주의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에 ”돈 많고 힘 있는 반대 세력이 많다”며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부유한 나라인 미국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