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버드대 유학 신청자 SNS 검증” 계정 비공개땐 비자 막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학생은 물론 교수-연구원도 포함… 反유대주의 성향 등 집중 살필듯
주요대학, 표적 피하려 백악관 접촉… 재입국 걱정 유학생에 방학 거처 제공
中 “美, 관세처럼 제 발등 찍을 것”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최근 주요 대학 내 반(反)유대주의 확산 차단, 안보 위험 제거 등을 이유로 중국 등 각국 유학생에 대한 각종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 유학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검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특히 이 같은 검증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활동이 전혀 없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한 신청자의 경우 사실상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집중 타깃’이 된 하버드대처럼 되지 않으려고 백악관과의 물밑 접촉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미국 입국 거부를 우려해 방학 기간에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학내 유학생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 소셜미디어로 반유대주의 검증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 외교 공관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명한 전문(電文)을 보내 “어떤 목적이든 하버드대에 오려고 비(非)이민 비자를 신청한 사람의 온라인 활동을 철저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즉시 시행되는 이번 조치의 대상자는 유학생은 물론이고 교수, 연구원, 대학 직원, 초청 강연자 등까지 모조리 포함한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27일 유학생 등의 비자 신규 면접을 중단하고 소셜미디어 검증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조치로 하버드대 유학 및 연수 관련 신청자에 대한 검증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인 검증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자 신청자의 반유대주의 성향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특히 비자 신청자의 온라인 활동이 전혀 없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이 비공개로 설정됐다면 이를 검증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신청자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대학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지난달 31일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대학 총장과 고위급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백악관 고위 인사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각 대학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라”고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고심 중이다.

몇몇 대학은 학내 유학생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올해 여름방학 기간 모든 유학생에게 캠퍼스 내 주거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내 해외 유학생들이 재입국이 거부될 것을 우려해 고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는 이민 당국 관계자의 불시 방문에 대비해 유학생들에게 대응 요령이 담긴 카드 또한 배포하고 있다. 학내 여러 비상 연락망의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 中 “관세처럼 미국이 제 발등 찍을 것”

이번 조치가 이미 관세 등 각종 의제로 강하게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 학생의 비자를 공격적으로(aggressively)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인 유학생을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협’으로 못 박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달 29일 이 조치에 대해 “정치적 차별 행위”라며 불만을 표했다. 다만 2020년 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원과 그 가족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했을 때 중국이 거세게 항의했던 것보다는 반발 수위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비자 취소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에 더 해를 끼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28만 명, 미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는 약 143억 달러(약 20조 원)다.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30%로 대폭 낮췄듯 이번 조치 또한 결국 미국이 완화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유학생#반유대주의#소셜미디어 검증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