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또 공격할 것”이라고 27일 경고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에도 이란의 핵 역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재차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 핵시설 피해의 심각하지만 완전히 파괴된 건 아니다. 수개월 안에 충분히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한다면 공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의심의 여지 없이, 절대적으로 그렇다(Sure, without question, absolutely)”라고 답했다. 21일 미국의 공습에도 이란의 핵 시설이 상당부분 파괴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6일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승리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진실을 말하라”고 꼬집었다. 트루스소셜에는 “(하메네이는) 누가 자신을 구해줬는지를 잊었다”고 썼다. 공습으로 하메네이를 제거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만 미국의 공습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번 공습을 주도한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26일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브리핑에서 21일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 시설 3곳을 타격할 때 나머지 두 곳과 달리 이스파한에는 초대형 관통 폭탄 ‘벙커버스터’를 쓰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스파한 핵 시설이 지하에 너무 깊숙이 존재해 벙커버스터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다.
‘GBU-57’로도 불리는 벙커버스터는 통상 지하 60m까지만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시설을 타격하려면 여러 벌의 벙커버스터를 연이어 터트려야 하므로 작전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로시 총장 또한 27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일부는 여전히 온전한 상태”라며 공습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26일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핵시설의 피해가 심각하다. 이란원자력청(AEOI)에서 피해 상황을 면밀히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과 진행할 비핵화 협상에서 자국의 핵 시설 피해를 강조해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 및 배상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군 참모총장, 여러 핵 과학자 등의 장례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시내를 행진했다. 이란 당국은 이달 13~24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란 전역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627명이 숨지고 48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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