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공개
“前대통령 재판 마녀사냥 끝내라”
브라질 “부당” 美대사 초치 맞서
AP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올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브라질에 책정된 관세율(10%)보다 5배나 높아진 것이다. 브라질은 “미국의 부당한 내정 개입”이라며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앞으로 보낸 관세 서한을 공개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의 대우는 국제적 불명예”라며 “(보우소나루에 대한) 재판이 열려서는 안 됐다. 즉시(IMMEDIATELY) 끝내야 하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사재판 중단과 비관세 장벽 철폐, 대미 투자 등을 요구하며 브라질에 상호관세 5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역법 제301조에 입각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즉시 개시할 것을 명령했다”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내비쳤다.
2019∼2022년 브라질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룰라 현 대통령에게 1.8%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이후 룰라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계획하는 등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2030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지만, 내년 10월 대선 출마 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룰라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해 나를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엔 X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 규모가 큰 미국이 갑자기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브라질은 비상에 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로, 누구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브라질은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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