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 장벽 햇볕에 달궈 못오르게” 검은 칠 지시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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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조원 들여 불법입국 차단 강화
국토안보장관 직접 페인트 칠해
영주권 신청땐 SNS서 ‘반미’ 조사

19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왼쪽)이 미 뉴멕시코주 샌타테리사에 있는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검은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사진 출처 ABQ Journal
19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왼쪽)이 미 뉴멕시코주 샌타테리사에 있는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검은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사진 출처 ABQ Journal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입국자가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멕시코 국경지대의 철제 장벽을 검은색 페인트로 칠하라”고 지시했다. 장벽을 태양열을 잘 흡수하는 검은색으로 만들면 불법 이민자들이 뜨겁게 달궈진 장벽에 기어오르려는 시도조차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비자와 영주권 등의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증해 반미국 성향이 있는지를 점검하겠다고도 밝혔다.

● 국토안보장관, 직접 국경 장벽에 페인트 칠해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19일 뉴멕시코주 샌타테리사의 국경 장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남부 국경 벽 전체를 검은색으로 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법 입국 시도자들에게 과도하게 가혹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장벽을 만지지 말라.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일부 벽에 직접 검은색 페인트를 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불법 이민자의 입국을 차단하겠다”며 국경 장벽 건설에 치중했다. 특히 끝부분을 날카롭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3145km인 멕시코 국경지대의 약 700km(22.3%)에 장벽이 세워졌다. 이 장벽의 높이는 약 9m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장벽 건설을 중단했지만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장벽이 다시 건설되고 있다. 집권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인 의회 또한 지난달 국경 장벽 건설 및 유지 관리를 위해 470억 달러(약 65조8000억 원)의 예산안을 승인했다.

● 영주권 신청자 SNS 통해 ‘반미 성향’ 점검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장기 체류 희망자들의 비자 혹은 영주권 승인 시 SNS에 ‘미국에 반하는 견해(anti-American)’가 있는지를 살피라고 조사 담당자들에게 공지했다.

매슈 트래게서 USCIS 대변인은 “미국에 거주하거나 취업하는 건 ‘권리’가 아닌 ‘특혜”라며 “미국을 증오하고 반미 이념을 가진 이들에게 이 특혜를 부여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게시물을 ‘반미 성향’으로 규정할지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 같은 지침은 냉전 시대인 1952년 제정된 이민·국적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공산주의 혹은 무정부주의 단체의 구성원이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었다.

USCIS는 앞서 15일에도 시민권 취득 요건 중 ‘도덕성 검증’ 항목을 강화해 신청자의 납세 현황, 상습 교통법규 위반 여부, 교육 수준 등을 심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미 성향, 도덕성 등이 모두 객관적 기준이 부족한 만큼 이민 당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반이민 정책#불법 입국자#멕시코 국경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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