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 USA’ 설립자 커크
대학 순회 토론회 행사중 피격
대선때 청년층 트럼프 지지 이끌어… 트럼프 “순교자” 조기 게양 지시도
“극단적 정치분열… 연쇄 보복 우려”
10일 미국 유타주 오렘시 유타밸리대에서 피격 직전 토론에 나선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찰리 커크 창립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그의 옆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임을 뜻하는 ‘47’ 모자가 놓여 있다. 오렘=AP 뉴시스
미국 청년 보수정치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인 찰리 커크(32)가 10일 유타주에서의 공개 토론회 도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복음주의 기독교도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그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의 반(反)이민, 반성소수자 정책을 지지하며 ‘청년 보수의 얼굴’ ‘차세대 보수 리더’ 등으로 꼽혔다. 미 대학 3500곳 이상에 터닝포인트 USA 지부를 설립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젊은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그의 암살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갈라지고 분열된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직 범인과 범행 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를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가 이번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추가 폭력에 대한 우려도 높다. 로이터통신은 극단적인 정치 분열로 “미국이 벼랑 끝에 몰렸다. 연쇄 보복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논평했다.
커크는 사망 닷새 전인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에도 참석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 동맹, 기독교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사다.
● 트럼프 “커크는 순교자”… 조기 게양 지시
AP통신 등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서부 유타주 오렘의 유타밸리대에서 열린 순회 토론회 행사 도중 목에 총격을 입었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대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던 커크가 총성이 울리자 목을 감싸며 쓰러지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그는 병원 이송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찰리 커크의 저격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총격 직전 인근 건물 옥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으로 알려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사진 출처 X아직 체포되지 않은 범인은 행사장에서 약 183m 떨어진 건물에서 총격을 가해 그의 목을 관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범인을 추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끔찍한 암살로 내 마음이 슬픔과 분노로 가득하다”며
“커크는 진실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교자”라고 애도했다. 그는 “커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에 빗댄 급진 좌파의 언행이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진보 진영에 화살을 돌렸다. 미 전역의 공공기관에 14일 오후 6시까지 조기(弔旗)를 게양하라고도 지시했다.
커크는 1993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서 태어났다. 18세였던 2012년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구독자 400만 명이 넘는 보수 성향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활발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보수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도 불렀다.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미 전역을 돌며 “트럼프는 워싱턴의 기성 적폐 세력에 미래를 저당 잡힌 젊은 세대의 ‘아메리칸 드림’을 부활시킬 대통령”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이런 그를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 같은 카리스마형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커크의 피격 상황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원본 영상은 삭제됐으나 사본이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 진보 성향 케이블방송 MSNBC의 매슈 다우드 전 논평가는 커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발언해 즉각 해고됐다.
● 거듭되는 美 정치인 암살 시도에 긴장
미국에서는 최근 거듭되는 정치인 암살 시도에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올 6월에는 민주당 소속 멀리사 호트먼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부부가 자택에서 피격돼 사망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올 4월 자택에 방화 피해를 입었으나 신속한 진화로 화를 면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에만 두 차례 암살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총알이 그의 오른쪽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두 달 후에는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무장한 채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린 남성이 체포됐다.
이 외에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등이 모두 암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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