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젠슨 황 끈질긴 로비와 트럼프 의지 있었으나 참모진에 막혀
부산 정상회담 직전 백악관 내부 논쟁…미중 기술전쟁 새 국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2025.1.6/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부산 담판’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참모진의 강한 반대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최고위 참모진이 부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이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강화해 결국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국가안보 위협을 경고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고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블랙웰의 대중국 수출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숙원 사업이었다. 젠슨 황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며 끈질기게 로비를 벌였다. 중국이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경쟁자이긴 하지만, 중국 AI 기업들이 블랙웰을 쓰면 미국의 기술에 계속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젠슨 황은 미중 정상회담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행사를 열고 “전 세계 AI 개발자의 약 절반이 중국에 있다”고 강조하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책을 찾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지금 우리는 난처한 상황에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합심해서 반대를 외치는 참모들의 뜻에 따랐다. 미중 정상회담 의제에서 블랙웰 수출 자체를 제외한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CBS 인터뷰에서 “가장 발전한 칩은 다른 이들에게 주지 않겠다”면서도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는 것 자체는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미중 부산 담판에서 시 주석은 핵심 목표였던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를 달성하지 못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기술 자립이 목표지만 단기적으로는 자국 기술 역량을 확 끌어올릴 첨단 AI 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재 엔비디아는 성능을 30~50%가량 낮춘 저사양 블랙웰 칩을 개발해 중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제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서버가 기존 H100을 쓰는 서버보다 AI 추론 및 연산 능력이 약 15배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저사양 AI 칩인 H20마저 수출을 중단했다가 몇달 만에 다시 허용하면서 대신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H20을 구매하지 말라고 압박하며 사실상 거래를 무산시켰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지난 4월 이후 H20을 중국에 전혀 판매하지 못해 수십억 달러 규모 매출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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