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려 시도한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선 발언이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쿡 이사는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고 있지 않다”며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면 노동시장이 급격히 악화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너무 빠르게 인하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쿡 이사는 연준 이사회에 임명된 첫 흑인 여성으로,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통보했다.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쿡 이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미 대법원은 “내년 1월 구두변론이 열릴 때까지 직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결해 현재까지 보직을 유지 중이다.
그의 이번 발언은 제롬 파월 연준 이사가 최근 “1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직후 나왔다. 연준은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로 낮췄다. 이는 2022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다수는 지난주 금리 인하 결정에 반대했고, 노동시장이 뚜렷이 약화하지 않는 한 12월 추가 인하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전기요금과 보험료 상승,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비용 상승 압력이 높아 물가가 여전히 연준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쿡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향후 1년간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지만, 관세 충격은 일시적 요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고용둔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화로 인한 일시적 영향일 뿐, 노동시장 약화의 명확한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저소득층 가구는 노동시장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며 “청년층과 흑인 실업률은 전체 평균보다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하며, 올해 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쿡 이사는 또 파월 의장이 “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으로 통계가 부족해 의사결정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우리는 ‘눈 가리고 비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그는 “연준 직원들과 나는 행정자료와 민간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해 실시간으로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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