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권에 표시되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제한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연방대법원은 여권 성별 표기를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 제한하는 정책이 하급심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여권 소지자의 출생 시 성별을 표시하는 것은 평등 보호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출생지를 명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개인을 차별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기재하는 데 불과하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정책이 트랜스젠더를 “폭력, 괴롭힘, 차별의 증가”에 노출시킬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정부는 적법성이 의문시되는 정책을 즉각 시행하려 하면서도, 시행이 중단될 경우 정부가 피해를 본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반면 정책 시행은 원고에게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올 1월 20일 출생증명서와 “생물학적 분류”에 따라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 인정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여권에 남성(M)과 여성(F) 외 제3의 성별(X)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시민 단체에서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올 6월 연방 지방법원은 정책이 성소수자를 적대한다며 금지 명령을 내렸다. 9월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까지 기각되자 법무부는 대법원에 긴급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였다.
AP통신은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20건 이상의 긴급 안건에서 정부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조치를 일시 허용했다. 현재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팀 참가 금지 법안의 합헌성과 미성년자 대상 전환 치료 금지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심리 중이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에 “대법원 긴급 안건에서의 24번째 승리”라고 올리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세상에는 두 가지 성별이 존재한다. 법무부 변호사들이 그 단순한 진실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존 데이비슨 변호사는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살 권리에 대한 가슴 아픈 좌절”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와 그들의 헌법적 권리를 다시 공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