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우리는 관세를 기반으로 무역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예를 들어 유럽연합(EU)과는 9500억 달러, 일본과는 6500억 달러, 한국과는 3500억 달러(약 509조 원)의 거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대법원이) 그것(관세 권한)을 빼앗아 가면, 우린 다른 나라들의 관세에 대해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열린 미 연방대법원의 첫 심리에선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관세의 적법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승소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관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동시에 대법관들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합의 발표 자리에서 취재진이 ‘대법원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그건 나중에 논의하는 편이 낫겠다. 우리가 이기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 “이 건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 차원에서 많은 것들이 관세란 방어 기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예로 들면, 이미 그들이 내던 관세에 우리가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자 그들은 협상 테이블에 나왔고 대화에 나섰다”면서 “결국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거래가 성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관세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희토류 수출통제 등 카드를 꺼내든 중국에 맞대응하기 위해선 관세라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을 강조한 것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빠르면 올해 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앞서 새로운 관세 발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이것(현재의 조치)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우린 (관세를 통해) 수조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했다. 또 “나는 관세를 국가 방위에 사용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끝낸 여덟 건의 전쟁 중 다섯, 여섯 건은 관세 때문에 끝났다”며 “관세가 없었다면 전쟁을 종결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가 무역협상을 위한 카드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안보 이슈를 해결하는 데도 유용한 도구라는 의미다.
그는 “우리가 판결에서 진다면 파괴적인(devastating) 결과가 될 것”이라며 “누가 우리나라에 그런 파괴를 가할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소송에서 패소 시 다른 나라들에 수조 달러를 되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국가를 파괴하는 수준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법원에서 이뤄진 정부 측 변론에 대해선 “굉장히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안은 마련해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심리 후 트럼프 정부의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단 기류가 확산되자, 다소 불안한 심리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세 소송에서 패소하면 “특정 원고들은 관세를 환급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로 얻은 각종 세수(稅收)를 적지 않게 환급해줘야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 환급 액수에 대해선 “상호관세의 경우 정확한 숫자는 없지만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는 넘는다”며 “2000억 달러(약 291조 원)보단 작지만, 그 언저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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