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뒤 체중이 증가하면 일부 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5배까지 높아 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0만 명 이상을 수십 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비만은 단순히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간암, 대장암, 췌장암, 폐경 후 유방암, 신장암 등 최소 13종의 암과 비만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다른 8종의 암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존 연구 대부분은 특정 시점의 체중만 측정해 암 위험과 비교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체중 증가 폭이 얼마나 큰지, 또 인생 어느 시기에 체중이 증가했는지가 암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웨덴 전국 규모 코호트인 ‘ODDS 연구’를 활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총 63만 명 이상(남성 25만1041명·여성 37만8981명)의 데이터를 통해, 체중 변화와 암 발생 간 관계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17세부터 60세 사이 평균 4차례 체중 측정을 받았다. 연구진은 2023년까지 이들의 암 진단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성인 초기 체중이 많이 나갔던 사람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 어느 시기에 체중이 증가더라도 암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룬드대학교 안톤 닐손 부교수는 “성인이 된 시점의 체중이 높을수록, 그리고 이후 체중 증가 폭이 클수록 암 위험도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살이 찌기에 안전한 나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비만이 시작된 나이가 빠를수록 암 위험은 더 커졌다.
30세 이전 비만이 된 남성은 정상 체중을 유지한 사람보다 간암 위험이 5배 높았다. 췌장암과 신장암 위험은 각각 2배였고, 대장암 위험은 58% 증가했다.
여성도 비슷했다. 30세 이전 비만이 된 여성은 자궁내막암 위험이 4.5배 높았고, 췌장암 위험은 67%, 신장암 위험은 2배, 수막종 위험은 76% 증가했다.
반면 30세 이후 체중이 증가한 경우에는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은 30세 이후 체중 증가가 자궁내막암, 폐경 후 유방암, 수막종 위험 증가와 강하게 연관됐다. 이들 암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 역시 여성의 체중 증가와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남성은 45세 이전 체중 증가와 비만 관련 암의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특히 식도암과 간암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닐손 교수는 “젊은 나이에 체중이 증가하면 염증과 인슐린 증가 같은 생물학적 변화가 더 오랜 기간 조직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생기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기 체중 증가 폭이 가장 큰 그룹은 평균 32kg 늘었으며, 체중 증가가 가장 적은 그룹(평균 8kg 증가)보다 암 발생 위험이 7% 높았다.
남성에서 체중 증가 폭이 가장 큰 그룹은 간암 위험이 거의 3배, 식도암 위험은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뇌하수체 종양 위험은 3배, 신세포암(신장암의 일종)·위분문암·대장암 위험은 50% 이상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에서는 체중 증가 폭이 가장 큰 그룹이 자궁내막암 위험이 거의 4배 높았고, 뇌하수체 종양 위험은 2배였다. 또 신세포암 위험은 91%, 폐경 후 유방암 위험은 42%, 수막종 위험은 32%, 대장암 위험은 31% 증가했다.
특히 연구진은 기존에 비만 관련 암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일부 암에서도 연관성을 발견했다. 체중 증가가 큰 사람들은 뇌하수체 종양 위험이 남녀 모두에서 2배 이상 높았고, 남성에서는 악성흑색종(피부암의 일종)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혈액암의 일종), 여성에서는 부갑상선 종양 위험 증가도 관찰됐다.
비만이 암 위험을 높이는 이유로는 만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대사 이상,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증 유발 물질(아디포카인) 증가 등이 꼽힌다. 이러한 변화가 세포 손상과 비정상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암 예방 전략에서 체중 관리를 생애 전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젊은 시절의 체중과 이후 체중 증가 모두가 암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체중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5월 12~15일)에서 발표된 예비 결과로,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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